밖에 나갔다 오더니
란타로가 꽃을 한아름 주었다. 씻어서 며칠 말리기만 하면 차를 만들수 있단다.
지금은 답례할게 없지만 꽃이 잘 마르면 차와 과자를 주기로 했다.
꽃차는 학급위원회의 활동에 쓰일테니, 그만큼의 과자를 조금은 줄 수 있겠지. 그런데 남은 과자가 없었던 거 같다.
지나가다 우연히 만난 하치야 사부로 선배가 과자를 주었다, 신난다! 한입에 쏙 먹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곳이 학급위원회가 회의실(=다도실)로 쓰는 교실 앞이었다.
선배는 자기 품속이 아니라 교실의 찬장을 열어 과자를 꺼내주었는데, 괜찮겠지?
멀리서 신베가 과자를 먹고 있길래 서둘러 달려가 보았지만,
먹는데 만큼은 신속한 녀석이라 이미 손가락을 쪽쪽 빨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가기 전에 당분을 충전할 기회였는데! 괜히 기대했다가 허기져진 배를 빌미로 해서 신베를 끌고 가자.
휴일이라 집안일을 돕고 있었는데, 또 머리에 수건을 맨 채 좌판을 벌인 급우를 보았다.
녀석은 나에게 풀경단을 강매하려 했다. 가지고 나온 돈이 없다, 고 했더니 옆에 있던 신베가 일하는 중이라면 의뢰를 하고 싶단다.
품속에서 돈과 작은 짐을 주었다. 그 돈으로 풀경단을 샀다. 짐을 말에 싣고 가는데 뭔가 찜찜하다.
후쿠토미야 가에서 의뢰했던 염색 천을 납품했더니, 돈과 함께 감사의 편지와 작은 선물이 왔다. 남만의 과자였다.
사탕이라고 한다. 천에 둘둘 감겨 무진장 꽁꽁 싸여있어서 무슨 금덩일 보냈나 했는데, 배달책이 신베였다니 그럴만 하다.
귀한거니까 나눠 먹어야지. 무지개색 사탕의 갯수를 꼼꼼히 확인했다. 13개. 이번 휴일은 일찍 돌아가야겠다.
목도가 슬슬 팔에 부담이 갈 정도로 무거워졌다. 이 때는 쉬어줘야 근육에 무리가 안간다고 토베 선생님이 말씀하셨지.
운동장 끝에서 목도를 내려놓고 숨을 고르고 있자니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코마츠다 형은 또 어딜 싸돌아다니나?
문을 열었더니 이스케가 인사하며 뭔가를 내밀었다....맛있다! 이스케는 선생님들 몫을 드리러 간다며 나머지 사탕을 맡겼다.
귀여운 민달팽이 님들의 우아한 산보를 황홀하게 보고 있었는데 킨고가 달려오면서 동그란 빨간색 보석같은걸 내밀었다.
입에 갖다 대길래 물었더니 달콤했다! 사랑스런 민달팽이 님들에게도 이 맛을 전해줄 수 있으면 너무나 기쁠텐데.
하지만 아름다운 민달팽이 님들은 싱싱한 이파리를 더 좋아하지, 아쉽지만 먹을 수 있는 다른 친구들에게 전해주어야겠다, 하냐.
키산타 자식이 빌어먹을 민달팽이를 또 한아름 들고 다가오길래 숨었다. 저 거지같은 항아리에 언젠가 소금을 부어우으윽,
투하 이후를 상상하니까 더 싫잖아. 오늘은 휴일이라 하루종일 새 장치를 방에 개설했다. 민달팽이가 기어들어와 고장내는 건 안될 일이다.
없는 척을 해야지. 산지로는 내가 어디 숨는지 잘 아니까 이 타이밍에만 안 들어와주면 된다.
방에 들어가려는데 앞에서 킨고랑 키산타가 기웃거리고 있었다. 안에 있는 것 같아도 저 방에 들어가 확인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숨어있는 이유가 짐작이 가서, 헤이다유는 잠깐 나갔다고 말해주었다. 키산타가 품에서 동그란 색구슬을 꺼냈다. 귀한 남만의 사탕이란다.
'헤이다유에게 직접 전해줄래' 하고 하나만 주려는 것을 받으려다, 안에서 살짝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그냥 나머지를 다 달라고 했다.
산지로가 이번 주 내 담당인 독벌레 우리를 전해주면서 독이 아닌 다른 것도 입에 넣어주고 갔다.
색깔있는 탄환같은데 맛은 전혀 다르다. 독벌레 우리를 흔들면서 보건실로 향했다. 란타로가, 위원장이 뭔가 실험을 할거라면서
독벌레 한마리를 달라고 했단다. 무슨 실험일까, 이걸로 무슨 약을 만드는 걸까, 배가 아플 때 주는 가루약에는 평소엔 뭐가 들어있는 걸까
내 이럴 줄 알았다. 토라와카한테 독벌레 우리에서 한마리를 건네받는 순간, 난 정말 손끝만 살짝 댔는데 바닥이 빠졌다
벌레가 쇼생크 탈출을 한다. 내 탓이야? 내 탓인거야? 불운소승이라서 그런거야? 세상은 왜 이렇게 내게 험난한거야?
사탕을 입에서 굴리며 목표했던 한마리를 쫓았다. 겨우시 잡아 손수건으로 감싸쥐고 고개를 드니, 어느새 뒷산 근처의 바깥이었다.
꽃이 잔뜩 핀 들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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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 연쇄 꽃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