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로+란타로
산지로+란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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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로와 란타로라면, 산지로는 란타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혹은 보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그 생각이 차 있다.
혼자 모든 생각 고뇌 걱정 화 격정.... 별별 생각이 다 회오리치고 가라앉았다가 떠올랐다가 쉴 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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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로는 수행승의 아들로, 어릴 적 부터 수행에 따라나갈 정도면서도
정작 자기는 '승패' 라는 대표적인 속세의 기준에 크게 집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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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따라 산을 오르자면 자연히, 항상 뒤를 따르게 되어있다.
산을 오르는 걸음은 애도 어른도 평지만큼 빠르진 않지만, 배려를 한다고 해도 어른 걸음을 아이가 따라가는건 상당히 벅찬 일이었다.
짙푸른 산 속에서 어린 산지로는 있는 힘을 다해, 멀어질 듯 멀어지지 않는 아버지의 등만을 필사적으로 쫓아갔다.
이 산 속에서 떨어지진 않을까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등을 쫓는다. 뒤를 쫓았다.
앞질러 간다면 이런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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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타로의 등이 보인다.
달려도 달려도 가까워지지 않는다.
그 머나먼 길이 끝나면, 정작 그 쪽은 뒤돌아서 씩 웃는다. 이번에도 아슬아슬했네, 하고.
그래, 이번에도 말이야.
입꼬리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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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날 무심코 생각한다.
그 짙푸른 산 속에서 어린 나는 어떻게 아버지의 등 만을 쫓아갈 수 있었을까.
그 무성한 풀숲과 덤불이 아니라 하얀 등을.
아버지는 언제나 앞서 갔었다.
항상 산지로보다 앞에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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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간다.
앞에는 짙푸른 색의 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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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로의 머릿속에는 항상 란타로의 생각으로 꽉 차있다. 란타로도 하지 못하는 란타로의 생각이 깊게깊게 소용돌이 치고 있다.
표면이 잔잔해서 여차하면 모르지만 그 안에선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여차하면 집이고 뭐고 다 날아간다.
란타로가 눈 앞에 있어도 마찬가지이고, 없어도 마찬가지이다.
영영 없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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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타로는 그런 산지로 앞에서 평이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산지로를 보고 다른 친구들 대하듯이 잘 웃는다. 물론 좋아한다고 조금 쑥쓰럽게도 말한다.
그런 점이 산지로의 머릿속을 다시 한 번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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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