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타마

상상이 안 가는 시절

ㅇㄴㅇㄴ 2019. 11. 12. 00:06

 

유행에 뒤쳐지다 못해 시대에도 뒤쳐진 듯한 낡은 휴대폰을 들어 문자판을 꾹꾹 누르고 있자니,

옆에 있던 동료가 참견을 한다. 누구냐?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기분이 좋아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나보다.

-학창시절 친구야. 

-허어...

동료는 새삼스래 놀란다.

-너한테 학창시저얼?

 

농담이리라 싶으나 묘하게 진심으로 놀랐단 표정이다. 아니, 너도 팔다리 달린 사람이긴 하니 1살부터 꾸준히 나이를 먹었을 테지만....

-너한테 학창시절 같은 순수한 어린이 시절이 있었다니 말이야....

당췌 믿어지질 않네그래.

하고 얄미운 말을 뱉으며 실실 웃는다. 

때로는 놀랄만큼 대담하지만 이런 사소한 데서도 은근히 지기 싫어하는 탓에, 대꾸한다.

-이 순수한 친구 쪽은 오히려 내가 어른이 됐다는 데 매번 놀란다구. 

 

-평생 철이 안 들 것 같았다나.

요만큼도 자랑스러운 얘기는 아닐터인데 어째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그 태도에 어이가 없다는 눈빛을 보내면서, 동료도 마찬가지로 한참이나 유행에 뒤쳐진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다.

아, 예에.옙. 일 끝났습니다. 네. 바로 갑니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묵직한 폴더가 닫힌다.

 

이런게 좋다. 최신형의, 온갖 기술이 집약된 좋은 휴대기기일수록 '위험요소가 많다'. 요즈음, 기술이 너무나 좋아졌다. 

그네들은 대부분 '진짜 연락'을 위해 낡은 기기를 가지고 다녔다. 때로는 불법기기일 때도 있다.

친구에게로의 문자전송을 끝내고, 키리마루도 휴대폰을 뒷주머니에 집어넣는다.

 

란타로한테는 비밀이다.

내 입으로 말할 날은 오지 않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