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세 뇌가 나오는 얘기
노골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고어한 얘기입니다. 뇌가 막 왔다갔다 하는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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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어두운 골목길에 뇌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한 의사가 그걸 주워왔다.
뇌가 빈 시체에 그걸 넣었다.
키세는 눈을 떴다.
일어나서 보니 자기 집이 아니었고 거울을 보니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미도리마 박사가 대답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몸에 네 뇌를 넣었다."
키세는 화를 냈다.
"왜 맘대로 내 뇌를 썼어요!"
"그대로 있었으면 네 뇌는 죽었을거야. 나는 감사 인사를 받아도 모자라."
"그건 그렇지만."
키세는 자신의 몸을 되찾고 싶다고 시무룩하게 말했다.
왜 나는 뇌만 골목길에 있던걸까.
키세는 궁금했다.
미도리마는 아마 뇌만 버려질 때의 충격이 커서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왜 나를 살렸나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를 살린게 아니라 그 몸을 살린거다."
몸의 주인의 이름은 쿠로코.
아오미네라는 박사의 스폰서가 데리고 왔다고 했다.
교통사고가 나서 온 몸이 무척이나 여러개로 나뉘었었는데
미도리마가 의뢰를 받아 열심히 잇고 고쳐서 깨끗해졌다. 그래도 약간 군데군데 이은 자국이 있다.
그래도 가장 무른 뇌만은 어쨰도 수습이 안되서 머리통만 비어있었는데
마침 놀랍게도 딱 주인없는 뇌를 길거리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박사가 말하길 자기가 인사를 다한 덕이란다.
"'어떻게든 살리라' 는 의뢰였는데 덕분에 완수할 수 있었다."
미도리마는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너는 키세가 아니라 쿠로코라고 말했다.
내일 아오미네에게 데려갈거라고 했다.
키세가 급하게 말했다.
"사흘만 시간을 주세요. 나한테 고맙다고 했잖아요."
미도리마는 발치에 있는 고양이를 잠깐 쳐다보고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다음날, 키세는 아주 약간 기억나는 곳으로 갔다.
다행히 금방 아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몰랐지만, 보는 순간 아는 사람이구나, 하고 깨달았다.-을 발견했다.
카사마츠는 자기를 부르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 고개를 기우뚱하며 다가갔지만,
이내 가까이 가자 금방 알았다. 엄청나게 놀랐다.
"키세, 왜 살아있어?!"
키세는 무척 안심했다.
몸이 달라도 알아봐 주는구나.
이튿날, 키세는 자기의 뇌만 골목길에 떨어져있었는지 혹시 이유를 아냐고 카사마츠에게 물었다.
카사마츠는 몹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내가 거기 버렸거든"
키세는 깜짝 놀랐다.
뇌랑 몸이랑 같이 있을 적에, 키세는 무척 사는게 괴로웠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카사마츠한테 자기를 죽여달라고 했다.
카사마츠는 그 부탁을 들어줬고,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키세 머리를 땄다.
그리고 뇌를 눈에 띄지 않는 골목길에 버린 것이다.
"왜 뇌만 따로 버렸어요?"
"그것만 따로 버린거 아니야. 다 따로 버렸어."
살아서 세상에 도움되는게 없었으니 죽어서라도 도움되고 싶다는 게 유언이어서
다 먹기 편하게 잘라서 키세가 좋아하던 동물들한테 줬다고 했다.
뇌는 고양이 먹으라고 거기 둔거란다.
그런데 다행히(?) 고양이들이 오기 전에 미도리마가 먼저 발견한 것이다.
"한번 죽고나니 다시 살고 싶어졌어요. 지금은 딱히 뭣 때문에 죽고 싶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키세가 침울하게 말했다.
자기는 이제 낼 모레면 이 몸을 살리라고 한 사람한테 간다고 했다.
거기로 가면 자기는 꼼짝없이 쿠로코라는 사람이 될 거다.
뇌는 무척 말랑말랑하니, 자신을 쿠로코라고 계속 부르는 사람 옆에 있으면 분명 그렇게 되어버릴 것이다.
카사마츠는 키세를 가만히 보더니 잠시 생각을 했다.
마지막 날, 키세에게 카사마츠가 말했다.
"내 몸을 줄테니까 여기에 네 뇌를 넣으면 어때?"
키세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래도 돼요?!"
카사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키세가 절대 뇌는 상하게 하지 말라고 강력히 주장해서, 카사마츠는 심장을 빼내게 됐다.
키세는 카사마츠의 심장이 식기 전에 있는 힘을 다해 달려 미도리마를 찾아갔다.
"이 사람 몸에 내 뇌를 넣어주세요!"
미도리마는 그러면 쿠로코의 몸에 뇌가 없게 되는데다 그렇게 해줘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키세가 말했다.
"내 뇌는 내 유언에 따라 원래 고양이 먹이가 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그걸 뺐었어요, 나도 그 골목 고양이들도 큰 피해를 봤어요. 나에겐 피해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어요."
그 때 미도리마의 팔에 안겨있던 고양이가 말했다.
"그 말이 맞아, 신쨩."
키세는 왜 고양이 먹이가 되기 전에 미도리마가 자기 뇌를 가져갈 수 있었는지 그 때 알았다.
미도리마는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대답했다.
"그 말도 맞군."
그래서 키세의 뇌는 쿠로코에서 빼내어져 이번엔 카사마츠의 몸으로 들어갔다.
키세의 부탁에 따라 카사마츠의 뇌는 따로 보존되었다.
그리고 키세는 카사마츠의 뇌와 함께 다른 몸을 가져오기로 했다.
그건 카사마츠의 수술대금임과 동시에, 사흘 간이지만 쿠로코의 몸을 쓴 보상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을 데려와서, 뇌를 빼내서 쿠로코의 몸에 넣는다.
그리고 남은 몸엔 카사마츠의 뇌를 넣는 것이다.
그러면 해피엔딩이다.
미도리마도 그 제안에 흡족해했다.
"고양이한테도 보상을 해야해"
"올 때 비싼 고기를 사가지고 올게요."
고양이 타카오가 깔깔 웃었다.
"사흘 안에 가져오도록. 아오미네에겐 일전에 미리 연락을 해버렸으니까."
키세는 알겠다고 대답하곤
"사흘 있다 봐요" 하고 카사마츠의 뇌에 속삭이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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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아마..집에 있던 인형소녀? 인공소녀? 같은 제목의 책이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갑자기 기억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