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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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당신과 결혼하면 꾸밀 새 집은, 거실에 볕이 잘 드는 큰 창문이 우선 하나 있다. 넓이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을 생각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크기, 특히 높이는 있어야 할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골라서 가능하다면 직접 꾸미기도 할 예정이다.  전체적으로 색감이 풍부했으면 좋겠다. 거실 벽 한쪽은 크게 연두색, 기둥은 노란색과 흰색. 그리고 또 한쪽은 분홍색. 오렌지색. 테마는 '보기만 해도 즐겁도록'. 햇빛이 잘 들어오는 커다란 창 너머에는 사계절 꽃이 피는 정원이 있었으면 한다.

 

소파엔 인도풍 천을 깔고 푹신한 쿠션을 두어개. 책상은 진한 갈색의 원목. 스툴은 붉은색 벨벳. 창가 바로 아래엔 연한색 나무 장식장을 두고 그 위엔 화분을 놓았다. 

당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조화도 소파 옆에 두고 싶다. 스탠드는 바닥에 세우는 기다린 것으로, 동으로 만든 물고기 모양이다.

 아마 여러가지 다양한 장식품, 혹은 기발할 정도로 특이한 물건들이 자꾸 쌓여갈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얹을 장식장이나 탁상을 많이 두고, 벽에 커다란 흑백의 기린 스티커를 붙이고 싶다.  조화에는 작은 카나리아 장식을 올려두고 싶다. 여하튼 동물이 많으면 좋겠다.

 

거실과 부엌,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곳엔 하늘색 커튼을 걸지만 항상 걷혀져 있을 것이다. 개나 고양이...혹은 전혀 의외의 동물을 기를지도 모르니까, 다니는 길을 방해하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집안 전체가 언제나 보이도록. 그리고, 현관에는 아주 재미있는 문패를 걸어두고 싶다. 동물모양이면 좋겠다. 돌고래라거나...너구리라거나. 

거기에 당신과 나의 이니셜 혹은 이름을 손으로 적어서 걸어두고 싶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피식 웃을 정도로 재미있고 귀여운 모양으로.

 

 

그런데 어제 지나가다가 정말 마음에 딱 드는 문패를 발견했지 뭐에요. 이건 정말 운명이다!!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그래서 수제니 뭐니해서 조금 비쌌지만 냉큼 사버렸어요. 아, 다시 생각해도 두근두근하네요. 진짜 운명의 데스티니였어요. 

전 정말로 방금 말한대로 집을 꾸미고 싶거든요, 세세한 건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지만.....기본테마는 그대롬다. 꼭 결혼하면 그런 집에서 살거에요. 이 문패는 반드시 걸거구요. 

즉 결혼=문패라는 공식이 성립되는거죠.

 

그런데 문패를 사버렸잖아요? 그런데 전 지금 미혼이고요? 그러니 지금은 결혼≠문패가 되어버렸어요.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수학적으로?! 그쵸?! 

성립하게 만들어야 하는거잖아요?!

 

그러니까, 미도리맛치. 저랑 결혼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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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6시 쯤에 인테리어 책보다가 황녹

프로포즈는 허락하는 쪽으로 생각해봅시다 그럽시다

아이고 혀로 타자가 잘쳐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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