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세의 머릿속에선 빛이 팍 터지고 카사마츠 선배는 머릿속을 삭 비우고 새 앨범을 감상하면서 밤이 지났다. 그리고 다음 날. 이날 키세는 오후에 촬영으로 점심 즈음엔 조퇴를 해야 했고, 내일부터는 주말이었다. 그래서 기회는 오전 뿐이었다. 무슨 기회? 카사마츠 선배한테 말 붙여볼 기회!

 

  사실, 초능력자가 초능력 써가면서 해준 일이라 하더라도 따져보자면 그저 높은 곳에 있는 물건 하나를 내려 줬을 뿐이었다. 후배의 부탁이었다고 하면 정말 감사인사 한번 듣는 걸로 오케이, 더 해도 음료 한 캔 정도 받으면 아주 훈훈할 정도의 사건이다. 거기에 이래저래 인망도 좋은 사람이 한 거라 딱히 드문 일도 아니었다. 그러니 주말까지 껴서 날짜가 며칠 지나가버린 뒤에야 '보답하고 싶다'고 달려든다면 분명 무척 어색한 상황이 될 거다........고 키세는 판단했다.

  키세 료타, 첫사랑의 달콤함에 젖어있더라도 뒤에 올 쌉싸름함을 무시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고요......아니, 첫사랑? 무슨 비유가 이러지?! 여하튼 바보가 아니니까, 친해지고 싶다면 자연스러운 상황, -주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친해져야 했다. 자아여언스럽게!

 

  그렇게 존재자체가 살짝 부자연스러운 사람의 대표 격인 키세 료타는 마음을 가다듬고 그 날의 두 번째 쉬는 시간에 보무도 당당하게 3학년 교실로 향했다. 걸어가는 동안 자연히 뒤따르는 시선이나 소근거림을 죄다 흘려보내면서 키머리를 열심히 회전시켰다. 어젯 밤 돌려 본 시뮬레이션들 중에서 제일 괜찮은 걸로, 대본을 연습하듯이 이렇게 저렇게.

 

  우선 미리 들어서 안 선배의 교실을 찾는다. 자연스럽게 카사마츠 유키오 선배님 있냐고 뒷문 근처 사람에게 물어본다. 여학생이라면 더 빨리 대답해주거나 불러 줄 거다. 그러면 전해들은 카사마츠 선배가 다가온다. 아무래도 약간 굳은 채로 오려나. 그러면 나는 평소보다 더 밝게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어제 뵈었죠. 키세 료타라고 합니다. 어제는 정말 감사했어요. 다시 한 번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이렇게 운을 떼는 것이다.

 

  그리고는 별 일도 아니었다거나, 그래도 너무 고마웠다거나, 정말 멋있었다거나, 너도 멋있잖아 라거나, 저 감사인사도 제대로 드리고 싶어서요, 또 기왕 이렇게 된 거 초능력자 후배로서 고교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요. 언제 시간이 되시면, 혹시 이번주라도 주말에.......

그래그래, 이런 식으로 말이다. 괜찮은 것 같다. 키세의 기분이 둥실둥실 떠올랐다. 아주 완벽한 거 같았다, 그야말로 퍼펙트. 금방 카사마츠의 교실 뒷문이 보였다. 날씨가 화창해서 그런지 닫아놓지는 않았다. 선배가 앉아있는 모습을 미리 볼 수 있을까, 우와 딱 보자마자 바로 선배 뒷모습만 보고 한눈에 찾아내면 어떡하지? 그러면 역시 운명일까?!

 

  그리고 뒷문에 딱 들어선 키세는 과연 운명처럼 한눈에 카사마츠를 발견했다. 키세의 상상과는 조금 다르게 앞모습을, 통째로. 마침 카사마츠는 교실 뒷문으로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

 

  카사마츠의 시선이 키세를 향했다. 키세의 머릿속에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진짜 큰일이 났다-키세의 머릿속에서-. 카사마츠 선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갑작스레 인식한 순간 키세 머릿 안의 모든 시뮬레이션이 싸그리 날아갔다. 더 큰일난 건 이게 큰일인지조차 못할 정도로 지금 머리가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거 였다. 우와 큰일났슴다 아무 생각이 안 나네요. 선배가 날 보네, 선배가 날 보고 어? 라고 했어. 선배가 바로 눈 앞에....... 만약 영화라면 이 부분에서 [암전]이 되어 배우들을 전부 숨겨주고 관객의 상상에 맡길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다. 카사마츠는 딱 마주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키세에게 말을 걸었다. 바로 자기 반 뒷문에 들어오기 직전이었으니 지나쳐버리기에도 그랬다.

 

[........., 누구 찾으러 왔어?] [불러줄까.] [....아니야? 어이.]

 

  만약 잘 아는 사람이었다면 카사마츠는 키세의 눈 앞에서 손이라도 흔들었을 것이다. 키세는 딱 굳어버렸다. 선배가, 선배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역시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당황해서 건방지게도 선배 앞에서 대답도 잊은 후배를 이상하게 보긴 하지만, 어째 조금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똑바로 마주쳐오고 있다. , 선배. 오늘도 눈이 참 파라시네여 멋지기도 하지......

 

  키세의 뇌세포가 헛소리만 반복하고 제대로 돌아가질 않자 반사적으로 그 다음인 키세의 몸이, 그 동안 해오던 동작으로 익숙하게 움직였어. 맞은 편에서 얘가 정말 어디 안 좋나? 하고 슬슬 진짜 생각하기 시작한 카사마츠의 손을 부드럽게 끌어 잡고, 이 얼굴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카사마츠 선배]

 

  라고 나직하게 말했다.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 모리야마 네를 포함한 카사마츠 반의 급우들이 전부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카사마츠 선배는 대답했다.

 

[손 놓고 말해라.]

 

무진장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키세는 생각하기를 멈췄다.

 

 

 

***  

 

[키세 료타. 맞지?]

[]

[네가 유명한건 알지만, 그게 너랑 내가 아는 사이란 뜻은 아니다.]

[]

[그리고 선배란 건 아무리 같은 학교라도 한두번 얼굴만 본 후배가 그런 갑자기 장난친다고 선뜻 받아주는 사람도 아니야.]

[지당하십니다.]

[......그래서 왜 왔어.]

[..............인사.]

[똑바로 말해라.]

[어제 감사했다고 인사드리려고 왔슴다!]

 

  카사마츠는 팔짱을 낀채 벽에 기대고 있었다. 표정은 험악했다. 그에 비해 그 앞의 키세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었다면 바로 저렇게 죽어야 한다는 견본을 뽐내며 왜소하게 서있었다. 두 사람의 키 차이가 역전된 것만 아니라면 누가 봐도 한 톨 의심할 바 없는 학교폭력의 현장으로도 보였다.

 

  키세의 마지막 말에 카사마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은 학교 내의 뒷뜰. 카이조는 교정이 넓어 공터라고 불릴만한 장소가 많아 그 중 하나에 단 둘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카사마츠는 교실 뒷문에서 키세가 입을 연 순간, 제가 저질러놓고는 오히려 새하얗게 굳어버린 모델후배의 멱살 비슷하게 잡아채 질질 끌어서 일단 바깥으로 나왔다. 키 큰 모델은 여기까지 질질질 순순히 끌려왔다.

 

  카사마츠는 손으로 가볍게 이마를 짚었다. 눈 앞의 키 큰 모델의 어깨가 움찔거렸지만 무시했다. 그래서 대체 사람들 다 보는 교내에서 오늘로 딱 세 번째 얼굴 마주한 남자 선배의 손을 소중히 잡아채서 무슨 연애드라마마냥 말한 이유가......, 그 부분은 그냥 잊자, 떠올리지 말자하고 되새겼다.

 

  우선 카사마츠는 놀랐다. 그 모델미소가 카메라나 십만 대중들이 아니라 오직 한사람한테만 향하는 때도 있었구나, 하고. 그리고 그 조각같은 얼굴의 클로즈업에 순수하게 감탄도 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이 자기란 게 문제였다. 뒤에서 보고 있던 모리야마를 필두로 한 남자 급우들이 한 반 년치 놀림거리를 챙겼을 거고, 여자 급우들은......카사마츠도 여기선 생각을 멈췄다. 결국, 그저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쉬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는 그런 장난 치지마라.]

[명심하겠습니다.]

 

 

  키세는 풀이 죽어 대답했다. 손 놓고 말해라, 이 한마디에 찬물이 머리부터 부어진 듯 싹-하고 전신이 가라앉았다.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내내 한 시뮬레이션으로는 자신은 계속 웃고 있었고 카사마츠 선배는 처음엔 좀 무뚝뚝했지만 나중엔 살짝, 드물게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소 짓는 부분은 사실 잘 상상이 되질 않았지만......선배 웃는 걸 본 적이 없어서요...... 역시 상상 속의 비극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현실의 비극은 이렇게나 가슴 아프고 울적해진다. 역시 카사마츠 선배네요, 단 세 번 만나는 동안, 단 한 순간도 생각한 대로 되질 않아요......

 

  카사마츠는 카사마츠대로 요 건방지고 앞뒤 없는 녀석을 보통 후배 대하듯이 일단은 대했다. 그러니 뭐랄까 반응이 당연한 반응이라고 해야하나, 그 이상이라고 해야하나. 눈에 띄게 축 처진 게 보였다. 아까의 그 장난인지 뭔지야 어쨌든 뒤로 두고, 각잡고 얘기를 들어보니 어제 일에 대한 인사라네? 이건 또 의외였다.

학교는 밥 먹듯 빠지고 가끔씩 오는 날에는 여자애들한테 둘러싸여 있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사람 대하는 것도 방글방글 웃지 선은 제대로 긋고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작은 일 하나 가지고 이렇게 일부러 고학년 교실까지 직접 올라와 다시 한 번 예의를 차리려 했다니. 카사마츠는 본인이 그동안 키세 료타를 제대로 본 적도 없으면서, 멀리서 얼핏 본 모습과 소문만으로 살짝 판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곧바로 인정했다. 그래선 안 되겠지.

 

  카사마츠는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쳐져있는 유명한 후배를 슬쩍 다시 쳐다보고는 다시금 한숨을 작게 쉬었어. 그 소리에 또 키세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이건 또 참. 카사마츠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일부러 찾아와줘서 ......다시 봤다.]

 

  키세는 고개를 단박에 번쩍 들었다. 선배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드물게도(세 번밖에 안 봤지만) 약간 고개를 숙인 채로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금방 다시 얼굴을 들고 키세를 쳐다봤다. , 또 저 눈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너한테 편견 같은 걸 조금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 좀 전은 내가 미안했다. 인사는 잘 받을게.]

 

  카사마츠가 아주 조금 웃었다.

 

  키세 머릿속에서 음악이 울려퍼졌다. 이건 그래, 로맨스 영화에서 주인공이 드디어 뭔가 큰일 하나를 해냈을 때 나오는 배경음같았다. -바바바바바 빠- 지금은 왜 많은 장르 중에서도 로맨스인지 따질 여유가 없었다.

 

 키세는 일생 최대의 용기를 그러모았다. 모으기는 쉬웠다, 방금 아주 살짝이지만 선배가 웃는 걸 봤으니까. 그 얼굴만 떠올리면 지금 이 순간부터 두 달 정도는 반찬 없이 밥만 먹고 양파 그라탕 수프에 양파가 없어도 홀랑홀랑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무지하게 텐션이 올라갔다. 바로 이런 기분으로 사랑은 비를 타고의 남주인공이 빗속을 촐싹촐싹 뛰어다녔구나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럼 곧 종이 칠 테니 이만, 너도 어서 1학년 교사로 돌아가.’ 하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선배다운 말을 끝으로 시원하게 사라지려는 선배를 붙잡고, 키세는 앞뒤없이 일단 내뱉었다.

 

[전화번호 좀 주세요.]

[?]

 

  원래라면, 키세 머릿 속에서도 날아간 어제 키세의 시뮬레이션에서는, 만나자는 약속을 가볍게 잡고 제대로 잡으려면 연락처가 필요하겠네- 그럼 제 폰 번호를 드릴게요 여기로 연락하세요- 하고, 아주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아연스럽게 휴대폰을 내밀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제 인사도 잘 했으니 서로서로 괜찮은 인상 남긴 채 깔끔히 사라지려는 선배를 붙잡고 늘어져서 무작정 번호주세요-라고 하고 있었다. 피싱사기범도 이보단 정중하게 전화번호를 요구할 성 싶었다.

 

  그런데 카사마츠는는 뒤돌아선 자기 옷자락을 틀어 쥔 후배 얼굴을, 특유의 미간을 약간 찌푸린 표정으로 가만 보더니-그 와중에 이 점이 또 선배답다고 키세는 속으로 막 외치고 있었다- 잡히지 않은 반대쪽 손을 내밀었다. 폰 줘봐. 키세는 번개같은 속도로 휴대폰을 바쳤다.

 

  선배가 꾹꾹 키패드를 누르는 그 순간이 한순간 같기도 하고 천년만년 같기도 했다. 키세는 멍하니 보고 있었지. [아 그런데.] ‘그런데라는 단어에 키세가 질겁했다. 혹시 선배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나? ? 휴대폰이 마음에 안 든다든가, 키패드가 선배 거랑 설정이 달라서 이름 쓰는 게 귀찮아졌다든가?! 폰을 바꿀까?! [왜 그러세요?!] 놀란 나머지, 그리고 생각이 헛돈 나머지 목소리가 삑사리가 났다. 선배는 힐끗 키세를 볼 뿐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연예인은 휴대폰 두개를 쓰기도 한다던데, 여기에 바로 입력하면 되는 거야? 아니면 내 걸 줄 테니 네가 입력할.]

[, 네 물론이에요! 거기 하시면 돼요. 제 프라이빗용 휴대폰이에요. 완전 개인용이고요, 업계쪽은 아무도 모르는 거에요! 아무 걱정 없이 키패드를 누르시기만 하면 됩니다.]

 

 키세는 카사마츠의 말을 반쯤 끊다시피 하며 우다다 말했다. 혹시라도 업무용 폰이라면 안 적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말이 속사포처럼 튀어나왔다. 카사마츠는 그 말에도 그래, 하는 말 외엔 별 반응이 없었다. 선배 말 끊어먹었다고 한소리 들을까, 하고 오히려 정신을 차린 키세가 먼저 생각을 했다.

 

  돌려받은 휴대폰의 액정에는 카사마츠 유키오라는 이름과 그의 것일 폰넘버가 찍혀있었다. 키세는 신주단지를 모셔도 이보단 덜 정성스럽게 모실 것 처럼 휴대폰을 받아들고 저장 버튼을 눌렀다.

 

[이젠 진짜 종 치겠다. 그리고 나 휴대폰 메일은 그닥 많이 하지 않는 편인데.]

[문제없어요. 제가 많이 하니까요.]

[그게 답이 된다고 생각하냐? 교실에 들어가기나 해, 어서.]

 

  정말 쉬는 시간이 끝나갈 때가 되어서 카사마츠는 어서 가라는 손짓 한 번을 끝으로 뒤 한번 안 돌아보고 3학년 교사로 서둘러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던 키세는 순간 아까처럼 용기를 그러모았다-기 보다는, 정말 요만큼 남아있던 미니용기가 갑자기 고개를 쏙 내민 것 마냥, 톡 하고 입을 열었다.

 

[카사마츠 선배!]

 

 '카사마츠 선배' 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어.

 

[또 봬요.]

[그래.]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대답하면서 손을 가볍게 휘휘 흔들어주는 걸로 끝이었다. 키세도 몸을 돌려 1학년 교사를 향해 걸어갔다. 서둘러 걸었다. 발걸음이 급해지고 숫제 뛰었다. 세팅한 머리가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데도 지금은 정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은 우산을 든 영화의 남주인공보다 자신이 더 행복했다.

 

 

 

  조퇴한 후 점심은 스튜디오로 이동하는 와중에 차에서 먹었다. 밥이 꿀맛이었는데 이건 밥 맛이라기 보다는 그걸 입에 넣는 키세의 입 안부터 무척이나 행복한 에너지가 흘러넘치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 손에 있는 게 뭔 줄 아나요, 고급 도시락의 나무젓가락이 아니야! 젓가락으로 가치를 치자면 지구를 세 번 덮어도 모자랄 만큼의 가치를 지닌 카사마츠 선배의! 전번이! 폰 넘버가! 있다구요!! 매니저는 얼굴이 자체발광을 하는(진짜 빛 말고) 키세를 이젠 숫제 질린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학교로 데리러 와서 차로 걸어올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 표정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존잘님이 이번 행사에 책 한권 내신다고 해서 달려갔는데 인포엔 없었던 최애컵 중철 신간이 세 권씩 더 있더라 같은......?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이었다. 푹 찌르면 꿀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료타,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있었죠! 엄청나게 많이요.]

 

  마치 아까부터 물어보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키세가 번개같이 답했다. 그래, 있었다. 오늘은 무척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단한 일들이었다. 아침부터 유난히 머리세팅에 신경을 썼고, 카사마츠 선배의 얼굴을 이번엔 제대로 정면에서 보고. 약간 실수를 했다. 선배한테 옷을 잡혀서-멱살이지만- 끌려 나가고 바깥에서 단 둘이 된 다음엔 선배한테 혼나고. 그런데도 선배가 나를 오해했었다며 오히려 사과해주고. 자신의 감사인사도 확실히 받아줬다.

 

  그리고 조금 억지를 부렸더니 휴대폰 번호를 따냈다. 아 미치겠네. 이 보물을 휴대폰이란 초라한 기계 안에 넣어두어야 하다니. 전자정보도 눈에 보이는 곳에 진열해두면 안심될 텐데, 집에 돌아가면 바로 백업해놔야겠어, 그리고, 그리고 선배를 드디어 불러보았다. 카사마츠 선배, 하고 말이다.

 

  입을 뗀 순간 선배가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라고 되묻는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앞에 또 하얘졌었는데 선배는 그냥 대답해줬다. 내가 카사마츠 선배, 하고 또 보자, 니까 그래, 하고. [또 보자]니까 [그래] 하고 말이야! 으아아아.

 

  그리고 키세는 깨달았다. , 저 사건들이 전부 쉬는 시간 10분 안에 다 이루어졌다는 걸. 겨우 10? 정말로?

 

  키세의 체감으로는 두 시간은 걸린 것 같았지만 10분이 맞았다. 조금 일찍 수업을 마쳐서 3학년 교사에 도착했을 때 쉬는 시간 종이 울렸었다. 그리고 선배가 들어갈 때 쯤 수업시간 종이 울렸다. 키세는 약간 지각을 했다. 그러니 거의 정확히 10분이 맞았다...... 이상하지. 시간이 길어졌다. 아니, 길어진 건 바로 일요일, 하늘을 뛰는 남자에게서 머리를 밟힌 그 순간부터 였을지도 모른다.

 

  학교-촬영-연구소. 키세의 시간은 다른 학생들보다 일정이 빡빡했지만 한 시간은 한 시간, 일주일은 일주일, 시간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걸 사무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그 일요일부터 시간이 길어진 느낌이 들었다. 하루에 너무나 많은 일을 한 것 같았다. 특히 오늘이 정점이었다. 오늘 10분 동안 일어난 일이 너무 많아서 아마 이전의 일주일동안 있었던 일보다도 머릿속 공간을 훨씬 더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 선배라는 사람이 그렇게 좋아?]

[,?]

 

  조금은 기가 찬 듯한 매니저의 말에 키세는 깜짝 놀랐다.

 

[제가 지금 입 밖으로 소리내서 말했어요?]

[아주 그런 쇼가 없더라]

[하하......]

 

  키세는 웃고 말았다. , 엄청 좋아요. 스스로도 놀랄 만큼 좋아요.

 

더 놀라운 건 앞으로 이보다 더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에요...... 딱 세 번 만났지만, 그나마도 그 한 번은 스쳐지나간데 가깝지만, 이상하지요. 만날 때 마다 더 좋아졌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아져요. 로맨스 소설에서 마치 당연히 그리되어야할 듯이 주인공이 점차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앞으로 남은 일은 그러할 일밖에 없는 것처럼 좋네요. 왠지 이유를 말하라면 궁색해지도 하고 할 말이 엄청 많아지기도 해요......아차, 그런데 왜 많은 소설 냅두고 로맨스 소설이지.

 

  키세는 이젠 슬슬 소용없어 보이는 태클을 스스로 걸고는 휴대폰을 고쳐 들었다. , 이제 이 행복한 기분을 끌어안고 모아 메일을 보내야 했다. 첫 메일. 이 휴대폰에만 번호가 있으니 제가 먼저 메일을 보내야 선배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가 저장이 될 거야. 선배의 휴대폰에.......내 번호......내 프라이빗폰 번호가....... 선배가 '키세 료타' 하고 저장으으을으아아아아.

 

  차 안에서 뒹구는 키세를 매니저는 이제 그냥 못 본 척 하기로 했는지 이제는 백미러도 보지 않고 [내가 십년만 젊었어도 그 때 그 청춘을 그냥.......으이그....] 하고 중얼거리기만 했다.

  키세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 메일을 보낼 거다. 첫 메일이다. 사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제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이 메일로 주말 약속을 잡고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이건 키세도 이젠 기억을 못했다. 키세는 액정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뭐라고 보내야 선배와의 대망의 첫 메일을 잘 보냈다고 동네사람들한테 소문이 날까?

역시, 무난하게 [선배 키세에요. 이 번호로 저장해주세요, 잘 부탁드림다-] 같이, 일반적인 문구가 좋을까?

 

  아니면 좀 귀여운 후배티를 내볼까...... 아차, 나는 이제까지 선배 앞에서 제대로 밝고 성격좋은 후배 티를 냈었나?! 혼나고 억지만 부렸던 거 같은데......역시 그럼 오늘 조금 늦게 들어가시게 했으니까 [선배, 키세입니다. 오늘 저 때문에 수업 늦으셨을 거 같은데 죄송해요]로 시작해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거다. 그 다음에 선배가 괜찮다든가, 그래, 라든가 답을 보내주면 나도 맞춰서 조금씩 안부나 개인정보를 물어보면서...... 내 일정도 피력하고, 내 일정이 빌 때 제가 쏠테니 놀러가자고 해보면 어떨까.

  아니면 선배 초능력 정기검진 일정 물어보고 날짜가 비슷하면 우리 연구소에서 검진받자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 초능력. 그러고 보니 선배가 하늘 나는 거 다시 보고 싶다, 나무에 뛰어오르는 거 진짜 멋있었는데. 메일 주고받으면서 중간에 슬쩍 선배 하늘 나는 거 한 번 더 보여 달라고 하면 역시 실례겠지? 비매너겠지? 그런데 나는 선배가 보여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백열전등, 야광해파리, 밤에 뜨는 태양이 될 수 있는데!!

 

  그렇게 키세는 스튜디오 도착하기 전까지 [그래 이렇게 메일 보내면 너는 세계 최고의 메일러가 됐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날거다 내 확신한다! 확신한다고 고만하라고] 라는 매니저의 확답을 얻은 고르고 고른 문구, [선배, 키세 료타임다. 오늘 감사했어요o(^^*)o! 저 때문에 수업 조금 늦으신거 같아 죄송해요(Д`)・゜・지금 스튜디오 가는 길이에요. 메일 자주 보낼게요!]를 보냈다.

 

  그 후 5분 정도 후에 [괜찮아. 수고해라.] 라는 답문을 본 순간 또 싸그리 잊어버릴 선배와의 메일대계획을 스튜디오 도착하기 전 한 시간 동안 신나게 생각했고 떠들었다.

 

 

 

  카사마츠는 키세와 헤어지고 수업 종이 아슬아슬 끝나기 전에 달음박질쳐서 자리에 안착할했다. 조금 뛰어야 했지만 차라리 다행이었다. 쉬는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들어갔더라면...... 지금 수업 시작에 맞춰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교실 뒷문으로 뛰어들어오는 카사마츠를 향한 급우들의 시선이 쫘악 모였었더랬다.

카사마츠는 동시에 앞문으로 들어오는 교사를 향해 꾸벅 목인사를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날아왔냐?] 는 옆자리 모리야마의 속삭임에 말없이 오른팔목의 시계를 내밀었다. 이게 카사마츠의 초능력 제어기였다. 지금은 스위치 온 상태였고, 이건 '그냥 뛰어왔다' 는 표시였다. 모리야마는 금방 고개를 자기 책상 쪽으로 돌렸다. 초능력자는 자신의 제어기 스위치를 on으로 켜두면 초능력이 억제된다. 카사마츠의 능력은 '무해' 판정이 나서 온오프를 스스로 할 수 있었다.

 

  카사마츠는 서둘러 교과서를 꺼내며 문득 생각했다. 그러보니 그 녀석은 제어기, 자기조작일까, 등급은 어떨까. 물어봐도 되겠지만 유명한 녀석이니 아마 조금만 찾아봐도 나오겠지,..... 유명한 녀석이라. . 카사마츠는 교사의 시선에 서둘러 교과서를 펴고 칠판을 향해 집중했다.

 

  , 필기를 하던 카사마츠의 공책 위로 작은 종이쪽지가 하나 떨어졌다. 방향을 보니 모리야마 쪽이었다. 뭐지 하고 펴봤더니

 

-YA! 호모!-

 

  필체도 틀림없는 모리야마의 필체였다. 옆을 보니 배를 잡고 소리없이 웃고 있었다, 카사마츠는 잘 참았다. 자 참자, 참자. 저 녀석은 나랑 코보리 아니었으면 진작 어디 잡혀가도 잡혀갔을 놈이야. 길 가던 여성을 붙잡고 운명이니 뭐니 하는 드립을 쳐대서 검은방에 가든 하얀집에 가든 어딜가든. 카사마츠는 훌륭히 참아내고 쪽지를 반으로 찢었다.

 

  좀 전에도 말했었지만 키세의 갑작스러운 당신을 찾아왔어요~ 드립엔 누구보다도 그 어택을 바로 정면에서 받아야 했던 카사마츠가 가장 놀랐었다. 저도 모르게 야 이놈 진짜 모델이구나 생긴 걸로 먹고 사는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서 한마디 하기로 했더니, 관용어구가 아니라 진짜로 한마디 만에 개껌을 뺏긴 개처럼 귀며 꼬리를 축 늘어트려 버려서 또 오히려 저가 당황했다. 얘는 대체 뭐야? 이제까지 키세를 딱 세 번 봤는데 그 세 번마다 모두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실제로 마주한 모습은 알던 것과도 듣던 것과도 영 달랐다,

 

  희귀 능력자, 기적의 세대 키세 료타, 십대 모델 키세 료타, 자기에게 머리를 밟히고도 괜찮다고 말하던 남자아이,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학생, 편지를 주워주었던 남자 후배, 오늘 갑자기 찾아와 쓰잘데기 없는 장난을 치고는 꾸중에 무지하게 풀죽던 키세, 감사인사를 하러 왔다던 키세. 짧은 순간들이었지만 다들 너무 달랐다. 아니, 그저 표현이 다양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

  그를 이렇다 저렇다 한마디로 평가하기에 카사마츠와 키세는 너무나 만난 시간이 짧았다. 그리고 카사마츠는 짧은 시간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한마디로 단정짓는 사람이 아니었다. 키세는 이런 애다, 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 훨씬 더 많이 만나야겠지.

 

  '더 만난다. 카사마츠는 가방 속에 있을 휴대폰에 힐끔 시선을 줬다. 오늘 뜻밖에도 그 키세랑 폰 넘버도 교환했다. 교환이라기엔 아직 상대방의 번호가 자신한테 없지만...... , 별일이지. 그 유명인이랑. 이 수업이 끝나면 득달같이 달려들을 하이에나 같은 급우들을 어떻게 처치해야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팠다. 찾아온 이유는 어제의 일을 얘기해주면 되고, 그 멍청한 드립은 애가 연예인이라 그런지 참 연극적이더라 대충 이렇게 변명해보고.......내려가서도 선배로서 한마디 해주고 인사를 듣고 잘 헤어졌다, 이러면 되겠지. 다만 의외로 눈치도 빠른 모리야마와 예리한 코보리에게는 아마도 대충은 얘기를 해줘야겠군.

 

  그래, 키세는 표정도 참 극적이었다. 카사마츠가 짧게 본 바로는 그랬다. 일주일도 안 된 짧은 기간 동안 생각보다 키세의 여러 얼굴을 봤다. 당황하거나 놀라거나, 웃거나, 풀죽어하거나...... 그런데 어쩐지 키세의 표정이나 언행, 행동은 묘하게 극적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표정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게 너무나 익숙하게 자리잡은 나머지 모든 행동이 진심으로 웃더라도 웃는 표정을 지어낸 것 마냥, 극적이었다. 이 때는 이런 표정을 지어야해, 저 때는 저런 표정을 지어야해 하고 학습한 것처럼. ......그래도 역시나, 짧게 만난 타인이 함부로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카사마츠는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만 딱 한번, 마지막에. 이제 들어가라고 말하고 몸을 돌린 순간 팔 하나가 정말 갑작스럽게 뻗어와 자신의 붙들길래 고개를 돌렸을 때, 전화번호를 달라던 키세의 그 표정. 그 얼굴. 스스로도 짐작하지 못한 용기를 낸 것 같은 그 얼굴만큼은......  

  아니, 카사마츠는 뻗어나가는 생각을 멈췄다.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카사마츠는 아직 키세를 잘 모르니까. 다만 카사마츠는 그 얼굴을 가만히 보다가 이제까지 딱 세 번 봤던 초 유명한 후배에게 다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선선히 번호를 건네줬다. 그는 누군가가 진실하게 말할 때 꼬치꼬치 따지거나 대놓고 거절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점심시간, 소문거리를 찾아 다른 반에서도 몰려온 하이에나 떼를 간신히 피해 적당히 먹잇거리를 던져주고, 두 친우에게는 딱총새처럼 쪼이고-주로 한명이, 소개팅소개팅소개팅하고 우는 새마냥- 오후 수업이 시작하기 직전, 카사마츠의 휴대폰엔 문제의 그 후배에게서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화면을 본 카사마츠는 약간 어이가 없어졌다.

 

[이건 또......문자는 왜 이렇게 텐션이 높은 거야.]

 

  카사마츠는 정말 문자다, 우와 유명인한테서 문자왔다고 떠드는 친구를 쳐내고, 답장을 보냈다. 수업종이 울리고 카사마츠는 휴대폰을 도로 넣었다. 만날 때 마다 다른 모습이더니, 이 녀석은 문자에서의 모습도 다른 것 같았다. 참 다채롭기도 하지, 1학년.

 

 그리고 그게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

 

  토요일. 키세는 휴대폰에 코를 박은 채로 연구소로 향했다. 전자파가 있으면 안 되는 검사를 받을 때는 멀리 치워둔 저 휴대폰이 울리나 안 울리나 만에 하나 혹시라도 호옥시라도, 나도 안 그럴 걸 알지만 사람은 언제나 희망을 가지는 생물이라고요......선배가 먼저 전화를 걸었는데 내가 이딴 검사 받는다고 전화를 못 받으면 어떡해애애 하는 현실성없는 걱정을 하면서 보냈다. 물론 전화는 안 걸려왔다.

 

  일요일, 지금은 키세도 삭- 잊어버렸던 주중의 머릿속 계획에 의하면 선배랑 차라도 한잔 하고 있었을 시간이었다. 잡지의 카메라맨도 [오늘 키세 씨 표정 정말 좋네요] 하고 한마디 할 정도로 아주 즐겁고 산뜻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끝낸 다음에는 날씨 좋은 주말 오후에 집에 콕 틀어박혀서는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요정이 쉴 새 없이 출연한 것 마냥 카페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 마냥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키세가 보통 친구들에게 하던 대로 쉴 새 없이 메일수다를 우다다 떨어댔느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친구들에게 보내는 키세의 평균 페이스로 보자면 마치 건강한 비글과 잠든 비글의 활동량 차이만큼 송신량에 차이가 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텐션도 잠든 건 아니었다. 송신한 메일의 텐션은 받아보는 카사마츠 선배가 [야 요즘 남자애들은 메일에 이모티콘을 많이 써?] 하고 친구들한테 한번 물어볼 정도로 하이텐션이었음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느냐? 왜긴 그건 첫사랑 하는 사람 앞에서는 언제나 좋은 모습 예쁜 모습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청소년의 마음이기 때문이죠 아니 왜 비유가 또 첫사랑이지......? 여하튼, 왜 그 친구들이랑 바다에 놀러갔다고 치면 다들 처음엔 발끝만 톡톡 담그면서 바다다~ 어머~ 파도가 간지러웡 하고 소극적으로 놀지 보자마자 으워어어어 잇츠어씨!! 하고 물에 다이빙하는 사람은 좀 적은 것과 비슷했다. 물에 쫄딱 젖은 모습을 보이기에는 아직 좀 쑥쓰러운 단계였다.

 

  메일 한 통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매니저가 제발 그만......넌 이미 최고의 메일러다 하고 쓰러질 때까지 이런 말투 괜찮으냐 이런 내용 괜찮으냐고 닦달한 다음에야 송신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카사마츠 선배는, 자신이 미리 말했던 대로 확실히 휴대폰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스타일인지 항상 답장은 5~10, 많게는 한 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왔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었고 키세도 사람이었다. 초반처럼 선배의 답문을 볼 때마다 뇌 속이 화이트아웃되는 현상은 적응을 통해 이틀 만에 아주 크게 완화되었다. 그리고 카사마츠 역시 적응이 빠른 사람이었다. 첫날, 이튿날은 키세의 메일에 꼬박꼬박- 대체 답을 뭐라도 보내야할지 아리송한 키세의 혼잣말/자기PR에 가까운 메일에도 짧게나마 답을 해줬는데 이틀 만에 쿨하게 포기했다. 끝이 없겠다고 생각했는지 쓰잘데기 없다고 판단한 문자에는 답을 포기해버렸다......

  선배 사나이시네요...! 이틀 만에...! 쿨해요! ......다행히 키세의 프라이빗 휴대폰엔 수신보다 송신이 많았던 세월이 n년이라 전혀 문제없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액정화면에 글자로 나타나는 카사마츠 선배는 특유의 조금 엄하고 딱 자르는 목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아서 그런건지, 글자다 보니 약간 문어체가 나와서 그런지, 직접 대화하는 것보단 말투가 살짝 부드럽게 느껴졌다. 게다가 처음 키세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성실하게 꼬박꼬박 답장을 해주는 편이었다. 키세가 상상한 첫 인상은 어쩐지 문자로도 딱딱할 것 같은 이미지였었다, 첫 인상은. 그리고 키세는 이게 너어무 좋았다. 선배의 색다른 모습이네요, 메일 굿잡!

 

  만난 지 일주일 만에 머리통도 밟히고 혼도 나고 웃는 모습도 보고 메일에서의 모습도 보고 하, 버라이어티.....! 키세의 생각에도 인터넷 연애 소설도 이보단 진도가 빠르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왜 연애소설이죠 많은 소설 냅두고?

 

  여하간 키세는 고민고민하다 나름 신중히 단어를 골라 문자를 보내고, 선배가 답장을 해줄만한 문자라면 잠시 후에 올 답장을 두근거리면서 기다렸다. 나중에 답이 오면 발을 동동 구르고...... 답이 오면 복사해서 저장함에 따로 옮겨두고, 여기엔 또 무슨 리리플을 해야 [이야- 키세 료타는 문자 답장도 참 잘하네-]하고 온 동네사람들이 알아줄까! 하며 머리를 굴렸다. 키세는 일요일 오후를 내내 그렇게 보냈다.

엄청나게 즐거웠다.

 

 

 

 

 

 

 

 금방 돌아온 남학생은 옆에 다른 한 사람을 대동하고 있었다. 카사마츠였다. 기다리고 있던 여학생들은 3학년 남자 선배를 앞에 두고 다시 기세를 올렸다.

 

[진짜 와주셨어!]

[좋은 분인가 봐, 다행이야 키세 군!]!!!]

 

  한편 키세는 멀리서 걸어오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고가 딱 정지해버렸다.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이 맞아. 멀리서 봐도 한 번에 알아 볼 수 있네. 로맨스 소설도 이렇게 앞뒤가 딱딱 맞지 않겠어......아니, 왜 하필 자꾸 로맨스지? 아니 어쨌든 그보다......진짜였다. 실물이었다. 그 때도 물론 실물이었지만, 여하튼간에.

 

  번화가에서 머리통을 밟힌 후 3, 겨우 사흘 만에 키세는 허공을 달리던 그 남자를 마음 속에서 반쯤은 우상화를 시켜놓고 있었다. 수백 번 리플레이하고 수천 번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건 그 날의 짧은 대면이 상당히 인상 깊었던 것도 있었고, 촬영하던 이틀간 쉬는 시간마다 딱히 할 만한 다른 생각이 없어서이기도 했다.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조금은 동경하던 그런 타입이 내 옆에 있다면? 이렇게 나온다면 나는? 저렇게 나온다면 나는?

그건 마치 최애캐를 머릿속에서 굴리는 덕의 마음과도 비슷했다. 그리고 피그말리온이 도왔는지 키세의 머릿속 최애는 바로 저 앞에서, 자신의 눈 앞에서 자신을 향해 척척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최애캐는 키세를 얼핏 보자마자 눈에 띄게 딱 굳어버렸다.

 

 남학생은 형의 친구인 카사마츠를 알고 있어서 쉽게 그를 찾았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남학생의 작은 오산은 카사마츠가 키세의 이름이 나오기도 전, -이제야 사실은 실례라는 것을 깨닫고서-살짝 망설이며 꺼낸 '편지가 나무 위에 떨어졌는데' 까지만 듣고도 도와줄 테니 안내하라고 일어난 것이었다.

 

 

 

  고학년을 앞에 두고 눈에 띄게 안심하는 친구 동생을 나름 귀엽게 바라보며 척척 걸어온 카사마츠는, 그래서 거기에 키세가 있는 줄은 몰랐다. 카사마츠가 굳은 건 키세 때문이 아니었다. 키세보다도 먼저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의 무리가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사나이 카사마츠 선배는 너무 사나이라 여학생 대하는 것이 좀 어려웠다. 친구들이 놀릴 정도로 정말 어색해했다. 기계처럼 굳은 걸음으로라도 가까이 다가가니 곧 키세도 제대로 눈에 들어왔지만 일단 지금 카사마츠에겐 저 희멀건 모델이 문제가 아니었다. 무슨 척수반사마냥 여자 머리카락 끄트머리만 봐도 저절로 온몸이 굳으니, 이 세상 모든 여성들에게는 보는 사람을 굳게 만드는 초능력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본인 생각에도-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그래도 선배는 선배였다. 자신을 데려온 애를 포함해서 남학생도 몇은 있었고, 지금은 키세도 그 키세가 아니라 마음에 안정을 주는 XY염색체 남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카사마츠는 무리의 중심에 있으며 가장 눈에 띄는 남학생-즉 키세에게 말했음..

 

[내려달라는 게 혹시 네 편지냐?]

[, !]

 

  키세는 카사마츠가 자신 쪽을 바라보자마자 딱 경직되는 걸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무진장.......서운함을 느꼈다. 마치 최애캐가 이번 연재분에서 내 해석과 다른 행동을 한 느낌? 잘못은 최애캐에게 있지 않지만 배신감을 느끼는 그런 느낌.

 

  자기가 근래 이틀 머릿속에서 돌려댄 시뮬레이션 중 상당수 아니 대다수의 그 사람은자신을 알아보고도 굳거나 당황해하지 않았었다. 침착하게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고, 내 커리어나 내 배경 같은 걸 보고도 쿨하게 그렇군,’ 하고 넘길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상상했다. 자신의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기를 바랐었기 때문이다. 마치......로맨틱 코미디처럼. 평범한 여주인공이 내 뺨을 탁 치면 나는 날 때린 건 네가 처음이야......말하는 거지요. 아니 왜 또 하고많은 코미디 중에 로맨틱이람?...... 이런 망상을 뭉글뭉글, 그동안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역시나 현실은 영화가 아니었다. 그 남자는 나를 보고 놀라고, 역시나 딱딱 경직된 자세로 걸어오고 있었다. 심지어 3학년, 나보다 두 살은 선배면서. 키세는 예상보다도 자신이 훨씬 풀이 죽는 걸 깨달았다...... -아니, 아니지. 이러면 안 되지. 키세는 고개를 가볍게 내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사람을 멋대로 상상하고 망상해놓고는 또 멋대로 실망하다니,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었다. 키세는 서운한 마음을 꾹꾹 누르고, 자신이 며칠간 생각했던 파란 눈의 그 남자도 꾹꾹 눌러 버리고 걸어오는 두 사람을 향해 활짝 웃었다.

 

[일부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선을 든 키세는 사고를 딱 멈췄다. 어느새 자기 바로 앞까지 온 카사마츠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짧았던 실제보다 상상 속에서 더 많이 보았던 그 눈동자가, 진짜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 키세는 꼭 눈빛을 쏜다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고 멍하니 생각했다. 그 눈이 자신을, 눈앞에 있는 자기를 딱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다시 닫는 순간 그 생각마저 멈춰버렸다.

 

[내려달라는 게 네 편지냐?]

[, !]

 

  카사마츠의 질문에 허둥지둥 대답했다. 기억 속, 짧게만 들었던 그 목소리랑 비슷하기도 하고 기억보다 귀에 더 날카롭게 울리는 것도 같았다. 키세의 가슴은 아까보다도 훨씬 뛰고 있었다. 우와, 뭐라고 해야 하나 딱 '선배' 란 느낌이네요. 시비 거는 것도 아니고 고압적인 것도 아닌데, 저렇게 짧게 묻는 게 어쩐지 되게......왠지 두근두근....... 이건 기억대로에요, 이 사람은 얘기할 때 사람 눈을 똑바로 보고 얘기하네요......우와......우와아......

 

  키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전개시키고 있는지 카사마츠는 요만큼도 모른 채 고개를 틀어 문제의 편지의 위치를 확인했다.

 

[저 꼭대기에 있는 분홍색 저거?]

[네,네넵]

 

  , 창피하게 왜 자꾸 횡설수설하지? 키세는 왜 이렇게 자신을 추스리기 힘든지 당췌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남 앞에서 멀쩡한 척 하기는 주특기였는데.

 

  카사마츠는 흠, 하고 한번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발끝으로 지면을 몇 번 툭툭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 자신을 데려온 후배를 향해 말했다.

 

[나는 하늘을 그냥 나는 게 아니라 공중을 뛰어야 하니까 도움닫기를 해야 해, 다들 조금 뒤로 물러나라.]

 

  뒤에 있던 남학생을 향했지만 나무 근처에 옹기종기 있던 여자애들이 먼저 알아듣고 호다닥 걸음을 떼어주었다. 카사마츠가 뭔가를 가늠하듯 나무의 위아래에 시선을 두며 뒤로 몇 걸음을 떼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던 키세는 엉겹결에 툭 말했다.

 

[, 저 선배. 번거롭게 일부러 안 그러셔도 됩니다. 별 것도 아니고 또 나중에 바람 불면 떨어질지도......]

 

  키세는 문장을 끝까지 주워 삼키지도 못했다. 순식간에 다시 마주친 파란 눈이 형형하게 자신을 쏘아보았다. [임마!] 그 큰 호통에 키세도, 듣던 후배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 카사마츠는 딱 굳은 키세를 미간을 찌푸린 채 가만 보더니 손을 들어 키세의 가슴을 가볍게 툭, 쳤다. 마치 아빠나 형의 가벼운 잔소리를 주먹으로 대신한다면 딱 이런 느낌일 거라고,, 키세는 와중에도 문득 떠올렸다. 카사마츠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 마음 가지고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키세가 입을 딱 다물었다. 카사마츠는 뒤로 몇 걸음, 몇 걸음 더 물러났다. 발끝으로 땅을 두 번 툭툭 치고, 무릎을 가볍게 굽힌다 싶더니, 뛰었다.

 

  마치 공중에 작은 트램펄린이 계단같이 놓여저 있는 것처럼 허공을 누르고, 몇 번이나 튀어올랐다. 세 걸음 만에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간 카사마츠는 나무 끝을 통과하는 순간 손을 뻗어 편지를 낚아챘다. 내려올 때는 조금 펄ᄍᅠᆨ 뛰어내린다는 느낌이었다. 다리가 땅에 닿을 때는 탁, 하고 무게있는 소리가 났다.

 

  키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입이 벌어진 것도 모르고 카사마츠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눈에서 별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사실 키세는 비슷한 게 튀어나오 게 할 수 있긴 하지만. 주위의 급우들이 카사마츠가 편지를 잡는 순간 와- 하고 박수를 치는 것도 키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카사마츠가 자신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왔다. 손을 내밀었다. 키세는 시선을 내렸어.

 

 선배의 손에 들린 건 분홍색의 편지. 마음이 담긴 러브레터.

 

[.]

[.......감사합니다.]

 

  키세는 천천히 편지를 받아 들었다.. 머리는 멍했지만 다행히 고맙다는 인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카사마츠는 얘가 왜 이렇게 멍하나 하는 표정으로 잠깐 쳐다봤지만, 곧 친구 동생 남학생에게도 감사인사를 받고서는 여운하나 없이 깔끔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종칠텐데 얼른 점심 먹어라, 하는 선배가 하는 의례적인 인사가 끝이었다. 여학생들은 카사마츠가 조금 멀어지자마자 너무 멋있었다며, 초능력이란 거 참 편리하고 좋다- 같은 감탄을 몇 마디 했다. 키세에게도 연신 잘됐다는 말을 건네주었다. 키세도 따라 대답했어.

 

[, 정말 잘됐죠.]

 

 키세는 보는 사람들이 저절로 열이 오를 정도로 기쁘고, 환한 얼굴이었고, 정말 설레는 표정이었다. 히어로 쇼에서 텔레비전 속 히어로와 처음 악수를 하는 꼬마아이가 아마 이렇게 웃을 것이다. 키세는 편지가 구겨질까 꽉 쥐지도 못했다. 아까완 달리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정말 기뻐요.]

 

 키세는 카사마츠가 사라진 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 중얼거렸다.

 

 눈, 나를 똑바로 쳐다보던 눈동자, 선배. 호통소리, 가슴을 툭 치고 지나간 게 그 사람의 주먹인지 아니면 다른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탁 하고 지면을 박차는 소리와, 그리고, 그리고.......

 

[어떡하죠.]

 

 내 기억보다 상상보다 훨씬, 훨씬 더 멋진 것 같아요.

 

 키세의 눈에 빛이 반짝반짝 어렸다. 그건 키세가 이제까지 냈던 어떤 빛보다도 가장 나어리고 밝은 빛이었다.

 

 

 

  카사마츠는 교실에 돌아오자마자 책상에 푹 엎어졌다. - 하고, 앓는 소리 비슷하게 신음소리가 절로 났다. 카사마츠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이 깜짝 놀라 물었다. 뭐야, 왜 그래. 아는 동생 도와주러 갔다 온 거 아니야? 허공에서 바지라도 벗겨졌냐. 시끄러워, 모리야마. 카사마츠는 퉁명스럽게 대꾸하고 모리야마는 웃었다.

 

  카사마츠는 삼일은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키세가 자기 얼굴은 기억 못 해도 허공을 턱턱 딛고 나는 사람은 기억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초능력자가 아주 희귀한 건 아니지만 길가에 데굴데굴 굴러다닐 정도로 흔한 것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쩐지 그 키세도 자신을 보는 순간 표정이 미묘해졌던 것 같다. 아까는 중간에 후배 말을 끊고 나가느라 도와달라고 한 장본인이 키세였다는 걸 도착해서야 알았다.

 

  거기까지 가서도 먼저 여학생 떼거리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 바람에 키세 료타는 머릿속에서 깡그리 날아가버렸다. 정확히는 머리에 들어왔긴 한데 사고가 돌아가지 않았다는 게 좀 더 맞는 말이었다. 거기에 그 녀석이 뭔가,..... 알고 있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영 맹해보이는 표정에 예상보다 더 어리버리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저도 모르게 친한 후배들에게 하던대로 큰 소리도 한마디 하고 와버린 것이다.

 

[으아-]

 

 추궁해서 자초지종을 대충 들은 친구들은 기가 차다는 얼굴을 했다.

 

[이야... 그 귀하신 머리통을 밟았어? 너 우리학교 여자애들 전체를 적으로 돌릴 생각이냐.]

[......]

 

  자신을 꼼짝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집단은 지금도 적이긴 했다.

 

[여자애들 공적되면 나랑 넌 그 시간부로 절교하는 거야. 완전히 남남. 오케이?]

[모리야마......]

 

 모리야마는 얼굴을 찡그린 채 머리를 팍팍 문지르는 카사마츠를 보면서 낄낄 웃었다.

 

 내 이것들을 친구라고 잘도 두고 있었다고, 카사마츠가 투덜거렸다.

 

[-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되돌리면 도와주러 안 갈 거냐?]

[그건 아니지.]

 

 코보리가 묻자마자 카사마츠는 바로 대답했어. 코보리도 웃었다. 그렇지?.

 

 두 사람은 키세도 끝까지 별 반응 없었다면서, 사과한 걸로 다 잘 끝난 일이야, 너답지 않게 신경을 쓰고 그러냐- 하고 몇 마디, 절반 이상은 놀리면서 위로해주었다. 카사마츠도 거기엔 대충 동의했다. , 오늘 본 어리바리한 표정을 보아하니 키세 료타는 확실히 성격 독하거나 나쁘다거나 한 녀석은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자기가 설핏 들었던 것보다 훨씬 표정도 다채로웠다, 딱 고1, 아니면 그보다 더 어릴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온 편지를 안면도 없는 선배에게까지 부탁해서 찾아오려 했다는 데서 카사마츠는 걱정을 접었다. , 결국 안면이 없지는 않았던 게 들통나고 중간에 헛소리를 내뱉기에 저도 한마디 해줬긴 하지만. 아무래도 공중을 걷다가 사고가 난 것이, 누구 머리통을 정통을 밟은 일은 자신에게도 처음이라 영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연예인이란 좀 더 까탈스러울 줄로만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카사마츠는 그걸로 약간 평가가 바뀐 키세를 쿨하게 머리구석으로 치웠다. 이걸로 짧은 인연은 끝일 것이다. '혹 학교에서 신체검사 할 때 인사 한 번은 할지도?‘ 일반 신체검사 때도 초능력자는 다른 검사도 추가로 받으니까. 카사마츠는 태평해진 마음으로 남은 주스를 쭉 마셨다.

 

 지금 키세가, 생전 처음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타인에 대해 물어보느라 끙끙대면서도 카사마츠 선배의 이름 자와 반이며 성격이며 알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반 친구들로부터 쪽쪽 빨아내고 있다는 건 생각도 못한 채 말이다.

 

 

 

***

 

 드물게 오늘 연구소도 모델 쪽도 스케줄이 없었던 키세는 재빠르게 집으로 돌아왔다. 키세는 현관을 따자마자 물 흐르듯 신발을 벗고 거실을 가로질러 방까지 질주해 침대에 털썩 엎어졌다. 그렇게 잠깐 죽은 듯 있다가 갑자기 몸부림을 막 쳤다. 아 어떡해, 어떡해! 그러다 지쳐서 숨을 가볍게 몰아쉬다 이번엔 또 번개같이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내팽개쳤던 가방을 길쭉한 팔로 끌어당겨 열었다. 꺼낸 건 오늘의 그 편지였다. 봉투는 이미 열려있었다. 오는 길에 열어봤다.

 

  사실 팬들이 손수 쓴 편지 같은 건 사무소를 통해서 꽤 받아봤다. 하지만 아무래도 요즘 시대에 학교에서 받은 러브레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이 편지가 가진 다른 이유 때문일까. 키세는 편지가 빨리 보고 싶어서, 하교하다 말고 편지를 뜯었다. 의외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당연했다고 해야 할까. 편지는 레터는 레터였지만 러브레터가 아니라 팬레터였다.

 

-키세 료타 군에게. 팬입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에 들어와 준 것이 정말 꿈만 같아요.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내길 바랍니다. 익명희망-

 

  편지봉투와 세트인 분홍색 편지지에, 아마도 여자아이의 필체같은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짧은 문장이 단정하게 적혀있었다. 글이랑은 살짝 담을 쌓은 키세가 봐도 순수하고 수줍은 편지였다. 그리고 키세는 생각했다.

보내준 익명희망 양에게는 조금 실례일까요. 나는 이 편지를 그 사람 손에서 전해 받던 그 순간이 너무나 기억에 남아요. 초여름이고, 그 사람은 하늘을 날아서 이 편지를 내게 전해줬어요. 그 순간마저도 파란 두 눈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던 게 생각이 나요. 정말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니 왜 자꾸 많은 영화 놔두고 로맨스지?!

여하튼 익명희망 양! 정말! 정말 고마워요!! 내가 원래 팬에게는 이렇게 격하게 감사인사 안하는 사람인데 오늘따라 눈물 날 정도로 감사하네요...!

 

  이 편지 덕분에, 그리고 이 편지가 바람에 날아간 덕분에 기적처럼 그 사람을 다시 만났다. 한 번의 우연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고 내 머릿속에서 망상으로만 허망하게 존재할 뻔 했는데, 익명희망 양 덕분에 만난 그 사람은 내 가난한 상상보다 서른 배는, 삼백 배는 더 멋있었다.

 

  생각한다, 머릿속에선 그보다 더 완벽할 수 없던 사람이었는데 실제로는 처음 보자마자 살짝 실망했는데에도 불구하고 그 눈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던 순간 깨달았다. 어떤 상상도 현실보다 강렬할 순 없다는 것을. 그건 그림으로만 알던 바다를 처음 보는 아이와 같은 기분이었기도 하고, 매해 맞는 새 계절이 항상 새로운 것과도 같았다. 언제나 눈앞에 있는 순간 가장 경이로웠다. 키세가 누군가를 이렇게나 생각하는 건 드물었다. 이렇게나 두근거리는 것도 희귀한 일이었다. 계속해서 더 알고 싶고 조금 더 만나고 싶은 건 처음이었다.

 

  키세는 편지를 갈무리해서 책상 제일 위쪽 서랍에 넣었다. 이건 기념. 그리고 도로 풀썩 누워 오늘 반 친구들을 닦달해 그 사람에 대해 알아낸 걸 머릿속으로 다시 떠올렸다. 키세는 이걸 위해 가진 바 모든 연기력을 총동원했다. '이런 힘든 일을 도와주신 선배에게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게다가 초능력자 선배라니 이런 우연이 있나요' '후배 된 이로서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않으면 사람도 아닐 거예요' '저희 부모님이 저 그렇게 막돼먹은 료타로 저 키우신 적 없어요' 등 갖은 유리가면을 써가며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보이도록 노력해 정보를 닥닥 수집했다.

 

  다들 키세와 같이 이제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학년들이지만 반 친구들은 드물게 자신들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해오는 키세를 위해 아는 바를 최대한 설명해주었다. 카사마츠를 안다던 남학생도 있었고 그 선배가 초능력자라 알음알음 이름이 있는 덕에 나름 기본 정보는 모였다.

 

  카사마츠 유키오, 카이조 고교 3학년. 중학교 때는 육상부였고 지금은 교내 밴드부의 기타리스트. 취미는 역시 음악. 성격은 엄하고 곧지만 뒤로 잘 챙겨주는 상냥함도 있다는 평판. 친구들로부터 신임도 좋다고 한다.

 

  뭐가 그리 좋은지 키세는 그것만으로도 온몸이 간질간질해져서 또 침대에서 괜히 발을 버둥거렸다. 첫사랑하는 중학생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또 그 사람은 키세와 마찬가지로 초능력자야. 발현도 일찍 했으니 아마 에스퍼로 국가 등록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키세가 소속되어 있는 연구소는 국내에서 가장 큰 연구소로, 그곳의 중요한 인재이자 어지간한 연구원만큼 소속 경력이 긴 키세가 조르고 요청하면 아마 불법이 아닌 선에서 어느 정도까진 카사마츠의 정보를 알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연기까지 적극적으로 해가며 알려고 들던 거에 비해 키세는 연구소에 연락하진 않았다. 어쩐지 그건......그 사람이 만약 알게 된다면 좋아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까는 연구기관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키세는 신나게 휴대폰을 들었었다. 그리고 아는 연구원의 번호를 누르려던 그 순간, 그 사람의 눈이 문득 떠올랐어. 자신을 똑바로 쏘아보던 그 눈이. 그리고 키세는 휴대폰을 다시 닫았다, 그랬었다.

 

  키세는 생각한다. 아마 자신은 앞으로, 몇 번 더......아니 더 여러 번, 이런 일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그 사람이 자신을 보던 눈이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을 것 같았다.

 

  이번 주말은 연구소에 한 번 가야한다. 그리고 잡지의 인터뷰도 하나. 후자는 금방 끝난다. 그러면 시간이 조금 남겠지.

......한번 만나달라고 해볼까. 이번 주 중에 그 사람의 교실에 찾아가는 거야. 몇 반인지 이제 아니까 조심스럽게 찾아가서, 오늘 감사했다고 인사를 하는 거다. 그리고 제대로 답례를 하고 싶으니 잠시 시간이 되신다면 저랑...... 으아아 무슨 데이트 신청도 아니고!! 키세는 베개를 껴안고 데굴데굴 굴렀다.

 

  왜 이러냐, 료타! 스스로에게 태클을 걸면서도 키세는 그 후로도 한참이나 이런저런 시뮬레이션을 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었지만 키세는 확신하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멋지게 상상해도 직접 만난 그 사람은 이보다 수백 배는 멋지겠지, 하고. 그러다 문득 다시 깨달았다.

 

 아, 그래. 이제는 '그 사람'이 아니구나.

카사마츠 선배야.

 

 키세의 머릿속에서 빛이 또 파바박 터졌다.

 

 

 

 

 

 

오래 전 한 익명사이트에 적었었던 황립의 초능력AU 썰입니다. 메모란을 티스토리로 옮긴 걸 계기로 여기에 백업합니다.

혹시나 이 썰을 기억 해주시고, 또 우연히 여기서 발견해주셨다면 다시 한번 정말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몇 년 전에 개인적으로 만들었던 소장본엔 거의 그냥 그대로 썼었지만 백업을 겸해 오타와 당시 ~했어, 했었어, 같은 어미로 전부 적었던 것을 키세는 ~었다, ~했다. 정도로만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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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립으로 초능력 au가 보고 싶다.. 배경은 아주 조금 미래일지도 모르는 현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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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배경은 현대. 초능력자들이 있다. 아주 많지는 않지만 사회의 일원으로서는 충분히 받아들여질 정도의 인구 수다. 다만 특이층이긴 하고, 소수집단에 가까워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고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여타 편견에 가득 찬 과격집단이 아니고서야

초능력자야? , 그렇구나.’

-정도의 분위기가 일반적이었다.

 

  다만 아무래도 초능력은 초(超)능력,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현대의 모든 초능력자들은 다들 제어기를 달았다. 제어기의 온오프는 개인재량에 맡기는 편이지만 능력의 종류나 강도에 따라선 온오프의 권리가 특정 관리소에 있기도 했다.

 

 

  여하튼 다 자르고, 기적의 세대라고 불리는 유명한 초능력자들이 있다. 각자 여러모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인지도로만 따지자면 모델을 겸해 아예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십대스타 키세 료타가 가장 대중 인지도가 높았다. 키세의 초능력은 바로 발광(發光)능력, 빛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다.

 

 

  키세는 자신의 온몸을 비롯해서 몸 주위에도 빛 무리를 띄워낼 수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 내는 빛이 가장 광도가 높고, 그 다음으로 손위나 몸에서 만들어내는 빛의 구슬-같은 것-, 그리고 몸에 닿은 물체에도 약하게 빛을 내게 만들 수 있었다. 세 번째만은 광도도 낮고 지속시간도 굉장히 짧아서 크게 쳐주는 능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의 둘은 그렇지 않았다.

  얼핏 들으면 공격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섬광을 터트리지만 않으면 썩 위험하지도 않다. 그냥 보기에 예쁜 용도의 능력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현대 사회에선 그게 아니었다. 인간의 발전은 불을 얻음으로서, 현대사회의 발전은 어둠을 몰아냄으로써 성립되었다. 아무 자원소비 없이 빛나는 반영구적 빛 에너지인 키세는 엄청난 연구가치가 있었다. 따라서 어릴 적 능력이 발견되자마자 키세는 온갖 연구며 실험을 당해야 했다.

 

  물론 키세는 민간인이고, 지금은 현대인권사회고, 집안 뒷배가 나름 없지는 않았던 덕에 실험이 강제적이었다거나, 비인도적이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주일에 못해도 한 두 번은 실험실에 끌려가서 온갖 검사란 검사는 반복하며 받고, 하라는 대로 하루 종일 구르고, 자기를 연구대상으로 보는 어른들의 눈에 노출되어야만 했다. 결코 바람직한 교육환경은 아니었다.

 

  게다가 어린 키세를 실험으로 굴리는 건 대의명분도 참 절절했다. ‘에너지 절약과 지구환경을 위해서’. 지구와 사람을 위해서. 누가 뭐랄 수도 없는 대의명분이었다. 키세는 꼼짝없이 연구대상으로서 컸다.

다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렇게 연구소에서 살다시피 한 덕에 세계에도 드문 동급의 고레벨의 능력자들인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키세의 능력에 기반한 연구도 나름 진전을 보였다. 어느 정도 지구환경과 에너지 절약에 진짜 일조를 한 것이다.

이 성과 덕에 키세는 미디어에 빵 떴고, 이를 계기로 미소년 초능력자로서, 이보다 더 호의적일 수는 없을 정도로 대중에게 엄청나게 호감도를 올린 상태에서 모델로 데뷔할 수 있었다. 키세는 그 상태에서 고등학생이 되었다.

 

  키세는 학교-모델-실험실(연구소)를 오가며 한 달 날짜가 서른 날은 모자라다고 외칠 정도로 살았다. 고등학생이 되어 의무교육기간이 끝나자 모델 기획사는 이때다 싶어 안달이었고, 연구소 쪽에서도 복달이었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서는 학교는 학교대로 수업 진도도 잘 모르겠지, 학교에서 친구라고 제대로 부를 사람은 없지, 좀 친해져 보려 해도 자기 보는 시선은 호감이 있다 뿐이지 연구소 아저씨나 촬영장 스탭이랑 크게 다른 지도 모르겠지...... 그나마 친구라고 부를 만한 것들은 머리색만큼 개성도 너무 컬러풀하지(그리고 얘들도 얼굴보기 힘들긴 마찬가지다), 쉬는 시간은 없지.........

그 와중에도 나는 스트레스도 제대로 폭발시키지 못하고 화 한번 크게 내보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모델하느라 배운 만든 미소만 저절로 짓고 다니지.

 

  키세는 한숨이 나왔다. 모처럼 겨우 시간을 빼 산책을 나왔는데 거리에 사람은 많지만 자신은 혼자였고, 마음마저 우중충해져 버렸다. 날씨는 맑았지만 하늘 시퍼런 것마저 야속할 정도로 기분이 가라앉았다.

 

 

 

  참 대단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것이, 키세는 그렇게 자란 것 치고는 정말 비교적......비교적 유순하고 좋은 성격으로 자랐다. 물론 실험과정 자체는 전부 합법이며 비인도적이지도 않았고, 집과 연구소는 통근이었고, 모든 연구 때는 꼬박꼬박 부모님 동의도 받고 인권 감사자가 매번 상담도 하는 둥의 투자한 만큼의 케어가 있었다. 그렇다 해도 '연구소재' '실험체'라는 다른 이름을 달고 자라야 했지만 그래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성격도 썩 난폭하거나-특히 파란 애에 비해- 다루기 어렵지도-특히 빨간 애에 비해- 않았다.

 

  대신 다른 부분이 조금 뒤틀려버렸다. 너무 어릴 적부터 스스로를 꾸미게 된 것이다. 어른들이 자신을 정말 소중하고 귀중하다고 진심으로 여기는데, 그 귀중함이 자신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기인한 다는 걸 알아버린 게 문제였다. 언제나 어린아이는 어른의 생각보다 훨씬 더 눈치가 빠르고, 키세는 특히 영특한 편이었다. 어린 키세는 스스로의 가치를 자신의 내면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능력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델이 되고서는 외양과 언행도 추가되었다. ‘사실 모델 활동도 날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건데.’

 

  물론 키세는 이렇게 딱 잘라 자신을 분석하진 못했지만 어렴풋이 자신의 사고방식은 저런 식으로 흐르고 있고, 쌓아올린 내면은 설탕공예 같다는 걸 알았다. 섬세하지만 굉장히 나약하다는 얘기다. . 그렇게 조르고 졸라서 얻은 자유 시간에, 날씨도 좋은 번화가를 걸으면서 이렇게 땅을 파고 있잖아. 겉으로 보는 자기는 정말로 건강하고 밝고-이중적인 의미로-빛나고 있는데.

 

  키세는 쓰고 온 모자를 다시 푹 눌러썼다가, 하늘을 봤다. 작은 조각구름 두어 개가 떠있는 게 엄청나게 파랬다. 새파란 하늘이 시야 전체에 들어온 그 순간만큼은 삽질을 하던 키세도 하늘이 넓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그때 그 키세의 모자가 꾹-하고 눌렸다.

 

 

 

  모자가 눌렸다는 건 즉 키세의 머리가 꾹 눌려졌다는 얘기다. 키세는 키가 큰 편이고, 유명인사고, 그렇게 자신의 머리를 뭐로든 누를 수 있는 건 세상에 정말 몇 명 되지 않았다. 키세는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친구들은 오늘 연구실이나 다른 지방이나 학교에 있을 텐데?

하지만 뒤를 봐도, 옆도, 다시 앞을 봐도 아무도 없었다. 키세는 문득 주위 사람 몇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걸 깨달음. 키세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눈앞엔 농구슈즈 바닥이 떡하고.

 

[...!]

[, 미안합니다!]

 

  농구슈즈를 신은 사람이 공중에서 훌쩍 뛰어내려왔다, 공중에서. 키세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금방 깨달았다. ‘초능력자구나.’

  갑자기 머리가 눌리고, 갑자기 사람을 마주한 턱에 얼떨떨해하는 사이에 상대는 허리를 굽혀 키세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정말 미안합니다. 발 디딜 곳을 잘못 보는 바람에.]

 

  작은 키(키세가 볼 때)에 비해 목소리는 굉장히 씩씩하고 컸음. 운동부를 연상시키는 그 각 잡힌 사과에 키세도 어영부영 괜찮다고 대답해버렸다.

 

[혹 다치시거나 하지는?]

[아뇨...아뇨 전혀 문제없습니다.]

 

  눈에 띄는 상황이었고 남자의 목소리는 굉장히 귀에 잘 울리는 소리라 이러다 주목받겠다 싶어 키세는 손사래까지 치며 괜찮다고 확실하게 말했다. 남자는 안심하면서도 [정말 실례했습니다.]하고, 끝까지 깍듯이 한 번 더 사과하고는 곧 몸을 틀어 훌쩍 뛰어올랐다, 공중으로. 그리고 허공을 휙휙 달려 멀리 사라졌다.

 

 

 

  초능력자겠지. 키세는 빠르게 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입장 상 보통 비율보다 주위에 초능력자가 많은 키세였지만, 연구소에서 보는 애들 외에 이렇게 눈에 띄게 나는 초능력잡니다 하는 사람을 본 경험은 사실 드물었다. (사실 키세의 학교에도 몇 명 있지만 학교 아이들과 그다지 친하지 않기 때문에 몰랐다......)

 

  하늘을 날다니, 정말 초능력의 정석이었다. 그래선지 키세는 어째 계속 그 남자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은 얘기하는 내내 고개를 숙였을 때 빼고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사람과 얘기할 때는 눈을 마주치는 타입 같았다. 그래서 키세는 짧았지만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의 눈이 정말 맑은, 새파란 색인 걸. 바다색을 닮기도 했고 혹은 지금같이 짙푸른 초여름의 하늘색 같기도 했다. 그래설까, 그래서 저렇게 멋지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구나. 거침없이 쭉쭉 멀어지는 모습이 하늘 아래 정말 지독히도 자유롭게 보였다. 문득 부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키세는 잠시 멍하게 있었던 대가로 결국 자신을 알아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짧은 자유시간을 사인과 탈출에 소비해야 했다.. 너덜너덜해져서 집에 돌아왔을 때는 남자에 대한 건 머릿속에서 싹 잊어버렸다.

 

 

 

 

***

 

 

 시점을 돌려서, 카사마츠 선배, 카사마츠 유키오.

 

 카사마츠는 초능력자였다. 능력은 바로 하늘을 달리는 것.

 나는 게 아니라 달렸다. 카사마츠는 달릴 때 허공을 밟을 수 있었다.

 

  카사마츠에게 있어 이 초능력은 유쾌한 친구였다. 그래서 운동도, 특히 달리기를 열심히 해올 정도였다. 초능력이 발현한 후엔 어느 정도 연구에 참가했지만, 이 능력은 제약이 있는 데다 딱히 실용화 계획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정기적으로 의무검진을 받는 정도였다.

  그래서 카사마츠는 초능력자라고 나름 사춘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특유의 성격이나 성정으로 친구도 많았고 -대회에 못 나가기 해도-운동부에- 들거나 밴드에 취미를 붙이는 등 평범하게 자랐다. 일반인 친구도 많았다, 아니 원래 인구 중 초능력자의 비율은 적으니까 보통 당연히 친구는 일반인이 많을 수밖에 없긴 해도.. 그들과 가끔씩은 언쟁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해주고 때로는 부럽다는 말에 장난스럽게 대꾸도 하면서 꽉 채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카사마츠에게는, 카사마츠만이, 일반인도 모르며 동능력의 초능력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자신만의 감각이 하나 있었다. 하늘을 가르고 뛰쳐나가는 감각. 바람을 가르는 순간, 눈앞에 오직 하늘밖에 없는 그 순간.

카사마츠는 태어나 처음으로 하늘을 달렸던 그때부터,, 줄곧 생각하던 게 하나 있었다. 만약 언젠가 내게도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면 꼭 이 순간을 함께 느끼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카사마츠는 자신의 능력을 좋아했지만, 자주 쓰는 편은 아니었다.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맞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초능력자들은 명백히 소수집단이었기 때문에 과도한 초능력 남발은 썩 좋게 보지 않는 분위기가 조금 있었다. 가진 바 능력이니 쓸 수도 있고, 써야 할 때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서 사람들 앞에서 너무 과시하면 눈치가 보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카사마츠가 기대하던 밴드의 신작 앨범이 나오는 날이었다. 초회한정, 그 마성의 단어가 사람 마음을 흔들었다. 카사마츠는 서둘러 나왔지만, 두 가게에서 허탕을 쳤다. 하지만 친구한테서 번화가에게 있는 모 샵에 있다더라는 정보를 듣자마자 재빨리 방향을 틀어 번화가로 나왔다. 하지만 초여름, 날씨 좋은 휴일의 번화가는 이 길도 저 길도 사람들로 가득해 좀처럼 빠르게 나아갈 수가 없었다.

  이미 몇 번 헛걸음을 한 카사마츠는 조금 초조해졌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 씩이나 됐지만 그래도 역시 학생은 학생이었다. [이번만!] 하고, 카사마츠는 다리를 크게 들어 공중으로 뛰었다.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상의 얘기였다. 2미터만 로 올라가면 레일조차 없는 뻥 뚫린 하이웨이 아우토반. 카사마츠는 거리낌 없이 크게 뛰었다. 초여름의 하늘이 맑았다.

 

  슬슬 목표했던 가게가 가까워진 것 같았다, 카사마츠는 뛰어내릴 장소를 물색했다. 그리고 쿠션을 한번 둘까, 하고 약간 사람 머리 높이 정도에 발을 디디려고 하는데...... 그때...... 웬 키 큰 남자가 불쑥 자신이 발을 디딜 곳에 머리를 디밀었다. 카사마츠 기겁해서 힘껏 디딜 곳을 바꿨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그 사람의 모자보다 약간 위쪽을 누르는 걸로 끝났다. 그래도 머리까지 눌렸는지 남자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어리둥절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카사마츠는 한 번 더 공중에서 발을 디딘 다음 털썩, 땅으로 내려와 급히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카사마츠는 숙였던 고개를 들자마자 조금 놀랐다. 남자는 모자랑 색이 있는 색이 들어간 큰 안경을 써서 얼굴 라인만 보이는 데에도 미남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잘생겼는데, 키도 크고. 무슨 모델인가? 딱 봐도 연예인이 외출한 듯 한 패션이고...... 그런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그러다가 우선은 사과가 먼저였다는 것을 퍼뜩 깨달았다. 카사마츠의 정중한 사과에 키 큰 남자는 손사래까지 치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다행이었다. 초능력 사고는 처벌이 더 엄중할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 탓에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카사마츠가 속으로 한숨을 쉬는데 문득 듣기 좋은 목소리가 다시 귀를 울렸다.

 

[전혀 문제없습니다.]

 

  운동부원 같은 말투가 어쩐지 묘하게 귀에 익었다. 익숙하다기 보다는, 어디서 분명 한 번쯤 들어본 느낌으로...... 하지만 카사마츠는 상대가 확언하는 괜찮다는 말에, 실제로도 괜찮은 것 같아 금방 초회한정으로 사고를 돌렸다. 이러다가 또 놓칠지도 몰라. 실례했다고 한 번 더 말한 뒤, 다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냥 가게 앞까지 이대로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어째 그 남자의 시선이 따라붙는 것도 같았지만, 금방 멀어졌다.

 

  카사마츠는 초회한정 샀다고 친구들한테 인증 샷을 돌린 뒤 집으로 돌아갔다. 일단 손에 들어왔으니 천천히 감상할 예정이었다. 내일 학교에 가져가서 친구들한테 자랑도 좀 하고- 그때 카사마츠는 깨달았다. 학교.

학교에서 본 적이 있는 그 키, 들은 적이 있는 운동부 같은 말투. 그때는 당황해서 미처 몰랐지만 모자 뒤로 나온 머리카락은 밝은 금색이었던 것 같다.

 

[그 녀석, 1학년의 그 키세였나 혹시......?]

 

  카사마츠 유키오, 카이조 고교 3학년. 키세 료타, 같은 학교 1학년. 들어온다는 얘기가 퍼졌던 올해 초부터 온 학교 여자애들이 떠들어 대던 이름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떠들고 있고.

 

 

 

 카사마츠는 물론 키세를 알고 있었다. 유명하니까. 기적의 세대라고 불리는 세계구급 초능력 세대의 일원, 게다가 십 대 모델 중에선 정상급을 달리는 유명인. 같은 학교긴 하지만 얼굴을 본 건 거의 텔레비전에서 정도였다. 연예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지금도 뉴스든 다큐멘터리든 에너지 문제를 다룰 때는 키세의 이름은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언급되곤 했다.

 

  학교에서는 3학년과 1학년의 행동반경이 달랐다. 만약에 둘 다 운동부에라도 들었다면 서로 얼굴이라도 좀 더 알았을 수도 있겠지만, 초능력자는 대부분의 운동경기에 참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련 부활동은 들어갈 수도 없었다. 가끔 매점이나 식당 같은 데서 볼 때에도 거의 여자애들에 둘러싸여 금발인 머리만 두 개는 톡 튀어나온 걸 멀리서 봤을 뿐이었다.

 

  - 그런 녀석을 바깥에서 봤네. 하고 새삼 신기해하다가 아차 싶었다. 그 유명인의 머리를, 정확히 밟은 건 아니지만, 여튼 머리를 꾹 눌러줬다니. 앙심을 품거나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문득 들긴 했지만 바로 한 사과에 당황해하면서도 크게 따지지 않고 답해줬던 걸 보니 그렇게 성격이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혹은 뭐 좀 꿍했더라도...... 키세가 자신을 계속 기억할 거라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그런 유명인이 지나가는 사람 혹 좀 세게 부딪혔더라도, 그런 식으로라도 자신을 어필하려는 사람이 주위에 얼마나 많을까. 자신 정도는 그냥 지나가는 통행인 11 정도로서 자고 일어나면 기억도 못 할 거라고 결론지었다. [, 그렇겠지.]

 

  그렇게 납득한 카사마츠는 시원스러운 성격을 발휘해 자신도 쿨하게 오늘 일을 머리 뒤로 넘겨버렸다. 그보단 신작 앨범이 더 중요했다. 카사마츠는 이내 털어버리고 즐겁게 앨범의 포장지를 뜯었다.

 

  다만 카사마츠가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 물론 키세의 주위에는 사람이 많고, 자신을 어필하려고 별 짓을 다하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키세는 그걸 하나하나 전부 기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키세의 주변에 공중을 뛰어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

 

 

 다음 날, 카사마츠는 등교해서 예정대로 친구들에게 앨범을 자랑했다. 키세는 모델일 때문에 결석계를 제출하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초여름 날씨는 어제에 이어 계속 맑았다. 대부분의 또래들이 학교의 책상에 앉아서 한숨을 쉬며 바라볼 하늘을, 키세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제 쉬는 날은 잘 쉬었냐는 매니저의 말에 한 번 울컥한 것 외에는-중간에 사람들한테 잡혔어요, 선글라스도 꼈는데!- 늘 있던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하늘, 어제, 쉬는 날. 세 가지 키워드에 키세는 어젯밤에 잊어버렸던 것을 반짝 떠올렸다. 내 머리통을 밟은 파란색 눈을 한 그 사람! 그리고 한번 떠올렸더니 어째 계속 머릿속에 머물렀다. 마치 반복 재생되는 것 마냥 그 남자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던 것, 큰 소리로 사과하던 것, 곧바로 마치 보이지 않는 계단이라도 있는 것처럼 허공을 밟고 뛰어오른 것, 하늘 속으로 멀어지던 것- 이런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플레이됐다.. 왜 일까?

 

  오늘 촬영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해주는 매니저의 목소리를 불경마냥 반대쪽 귀로 빼내면서 키세는 멍하니 생각했다. 조금이 지나 왜인지 알 것 같았다. 간만이었다, 자신을 '키세 료타'로' 보지 않았던 사람과 얘기하는 게. 그야 얼굴을 전부 가리고 있었긴 해도.

 

  그리고 무엇보다 키세에겐 공중을 달리는 그 남자의 모습이 너무나 시원해 보였다. 그 사람은 원한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거였다. 누구든 똑바로 보면서 얘기할 거고, 사과를 해도 큰 소리로 똑바로 할 거고. 감사인사도 시원하게 할 거다, 진심을 담아서. 단 세마디도 나누지 못한 상대지만 키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기도 했다. 그는 자신과는 정 반대인 사람일 거라고 말이다.

 

  키세는 그 남자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만나고 싶지 않기도 했다. 이 다음에 똑바로 그 사람과 마주하게 된다면 그때는 아무래도, 우연히 부딪힌 타인이 아니라 희귀 초능력자거나 유명모델인 키세 료타로서 봐야 한다. 모처럼 카타르시스를 약간 느낄 수 있는 인물상을 잘 상상했는데 다시 만나면 그게 깨질지도 모른다는 건 싫었다. 제멋대로인 생각이지만 뭐 어때, 잠깐 부딪힌 남남인걸......이 정도는 괜찮잖아요..... 키세는 나른하게 눈을 감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너 똑바로 안 들어?]

 

  결국 키세는 매니저한테 졸음쫓는 사탕으로 한대 맞고서야 정신을 차렸고 스튜디오에 갈 때까지 정신빼지 말라고 잔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키세의 바람과는 반대인지, 혹은 그대론지 두 사람은 곧바로 만나게 된다.

 

 

 

  그야 이 둘은 같은 학교니까, 날아간 개연성을 빼고서라도 보려고만 한다면 꽤 자주 볼 수는 있었다. 아까 말했듯이 여자애들이 몰려있는 가운데 머리통이 하나 쑥 나와 있는 집단을 찾으면 그게 키세 머리통이었으니, 카사마츠가 키세를 보는 건 꽤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건 보는 것이지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둘은 키세 머리 밟힌 날 이후로는 이 날 처음 '만났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한 채로.

 

 

 

  키세는 촬영이 길어져서 이틀을 그대로 결석하고, 그 다음날에야 학교에 나타났다. 당연히 가자마자 금방 아이들에게 둘러싸였다. 만에 하나 키세가 부활동이라도 했으면 이럴 때 가드해줄 동료가 있을지도 모르고, 체육계에서 구르다 보면 사람대하는 방법도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여기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키세는 피곤했지만 저 이제 누구 좀 만나러 간다든가 부활동 간다든가 하는 걸로 급우들을 뿌리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네네 그래요 네네 하고 어찌어찌 대꾸하고만 있었다.

 

  그러다 어떤 여학생 한 명이, 키세가 없을 때 프린트 같은 걸 서랍에 넣어두었다고 말을 꺼냈다. 키세는 무슨 과목인가요, 수학이면 싫은데~ 하고 대답하며 서랍을 뒤져 종이 뭉칠르 꺼냈다. 프린트는 꽤 많았다. 으엑하고 다 같이 웃으면서 통째로 책상에 올려두는데.

 

  프린트 뭉치 맨 위에는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아직도 있나, 쓰는 사람도 놀라면서 썼을 것 같은 귀여운 무늬의 편지봉투가 하나 곱게 놓여 있었다. 누가 봐도 이건...... 마음을 한 자 한 자 종이에 손으로 적어서 보내는, 바로 그 편지처럼 보였다. 키세도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키세의 자리는 창가, 지금은 초여름이라 교실은 아직 냉방을 하지 않고 창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그대로 맞거나 빠져나가는 자리였다. 어떤 신의 장난인지, 개연성의 신인지 바람의 신인지, 창가 자리의 종이뭉치 맨 위 놓여있던 편지는, 키세가 손으로 잡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순간 불어온 바람에 속절없이 휭 뜨더니 그대로 창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놓란 키세가 잽싸게 잡아채려 했지만 얇은 종이봉투는 무심하게 손을 빠져나갔다.

 

[세상에, 방금 그거 편진가?]

[날아간 거야? 어떡해.]

[키세 군, 그거 키세 군 거?]

 

 보고 있던 아이들도 난리가 났어. 떨어진 거 어떡해, 주우러 가자. 같이 가줄게. 키세는 난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뇨, 제 건 아닌데......아니라서 더 곤란하네요. 제 거면 제가 무슨 편지인지 알기라도 하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서 나풀나풀 떨어지는 중인 편지를 눈으로 좇으며 키세가 쓰게 웃었다. 무슨 편지인지 내용이야......뭐 대충 짐작이 가긴 했지만. 보고 있던 아이들도 다 짐작했다. 그 소란에 같은 교실의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고개를 디밀어서 누군가의 순정이 팔랑팔랑, 여름 바람에 날려 학교 교단의 나무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 걸 다 같이 가만히 지켜보았다.

 

  편지가 떨어진 나무는 굉장히 높은 아니었지만, 가벼운 종이가 나무의 가장 꼭대기 가지에 탁 내려앉는 바람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도 어중간해 보였다. 고민하는 사이 수업종이 치는 바람에 다들 제자리고 돌아갔고, 키세는 수업 내내 혹시 저게 바람에 날려서 다른 곳으로 떨어지진 않았는지 신경을 써야 했다. 아무도 못 봤는데 저 혼자 날아갔으면 자기도 모른 척하면 되지만 반 친구들이 죄다 보는 데 저렇게 되어버렸으니 어떻게 되찾으려는 노력을 했다는 거라도 보여야 했다. 아직 학기가 시작한 지 두 달도 안됐고, 키세는 이미지로 먹고사는 모델이었으니까 요즘 세상에 편지까지 보낸 순정파 문학소녀(예상)의 마음을 내버리는 꼴을 보이는 건 좋지 않았다.

 

  귀찮게 됐다. 어떻게 해야 열심히 되찾으려고 노력했다는 어필을 할 수 있을까요. 키세는 희끗하게 보이는 나무 꼭대기를 힐끗대며 저게 한 번 더 바람에 날려 밑으로 툭 떨어지면 훨씬 편하겠다, 주워오기만 하면 될 거고....,.. 하고 생각했다. ........아, 그래. 지난 번의 그 사람 같은 능력이라면 쉽게 가져와줄 수 있을 텐데.

 

  매정하게도 바람은 그 후로 한 번도 불지 않아 교실 안은 약간 더웠다..

 

 

 

  고개를 내내 창문 쪽으로 돌려대느라 목이 뻐근할 정도였던 수업시간이 끝나고, 키세는 자기 지금 저거 찾으러 간다는 어필을 하며 나무가 있는 내려갔다. 같이 가주겠다는 급우들의 말엔 뭐 그렇게까지야- 하고 답했지만 따라온다는 걸 딱히 말리지도 않았다. 문제의 나무 아래에 도착한 키세는 기둥을 손으로 탁탁 쳐보고, 키가 큰 키세가 손에 닿는 가장 높은 가지를 흔들어보고, 다른 친구들이 나서 줘서 몇 번 슬쩍 두어 번 발로 차보기도 했다. 하지만 저 꼭대기에 있는 러브레터는 주인의 마음을 전할 의지가 요만큼도 없는지 키세와 급우들의 노력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키세는 정말 곤란하고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슬쩍 운을 띄웠다.

 

[- 이런...... 쉽지 않네요.]

 

 여학생의 순정을 차마 먼저 '안 되겠다. 포기합시다! 포기하고 밥먹읍시다' 하고 나서기에는 지켜보는 눈도 많고 자신도 조금 그랬다. 아니, 사실 이 쯤 되면 저 편지의 주인은 차라리 포기하기를 원하지 않을까? 요즘 세상에 편지를 적어 책상서랍에 몰래 넣어둔다는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일 텐데, 자신의 편지가 어디 전시물마냥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걸 달가워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 사다리를 빌려도 저기까지 닿지는 않겠네요.]

 

  키세가 옆에서 걱정스런 얼굴로 같이 나무 꼭대기의 편지를 쳐다보는 반 친구들에게 말했다. 해석하자면 슬슬 포기하고 밥먹어여 언젠가 내려오겠지-’라는 뜻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어떡해, 너무 안됐다...... 당번을 정해서 계속 지켜볼까? 바람이 또 불면 떨어질지도 몰라......라고, 하나같이 안타까워하며 웅성거렸다. 키세는 배가 고팠다.

 

 그때 같이 따라온 남학생 한 명이 문득 말했음.

 

[, 그러고 보니 3학년의 그 선배한테 부탁하면 어때?]

[누구?]

 

 다른 아이들의 고개가 휙 돌아갔음. 키세도 귀가 반짝 뜨였다.

 

[우리 형도 여기 3학년인데, 같은 학년에 공중을 날 수 있는 초능력자 친구가 한 명 있다고 하더라. 그 선배한테 부탁하면?]

[누군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도와달라면 실례 아닐까?]

[형 말로는 성격 좋대. 나도 한 번 인사한 적 있는데 나쁜 인상은 절대 아니었어.]

 

 남학생은 꽤 자신있게 말했다.

 

 사실 초능력자에게,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갑자기 능력을 보여 달라고 하는 건 실례가 맞았다. 학생들의 시점으로 보자면 마치 말 한 번도 안 나눠본 급우가 너 만화 잘 그린다며? 나 좀 그려줄래?’ 하고 갑자기 요청하는 것과도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 이 또래집단은 편지를 되찾는데 푹 빠져있었고 유명한 키세를 돕는 일이니까, 도와주실 거야, 성격도 좋다니까 더더욱!! 하고 약간 들떠있었다.

 

  키세가 말릴 틈도 없이 먼저 말을 꺼낸 남학생이 자기가 다녀온다며 3학년 교실 쪽으로 뛰어갔다. 여학생들은 잘 됐다며 서로 소란스러워졌다. 키세는 어쩐지 멍해졌다. 머리회전이 빨리 안돼서.......아니, 반대였다. 너무 핑핑 돌아가서 사실은 조금 전, 남학생을 말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초능력자는 수가 많지 않고, 능력을 종류별로 나누면 동일 능력자는 또 매우 적었다. 하늘을 난다는 사람이 같은 가까운 동네에 두 사람이나 있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분명 그 날의 그 남자, 3학년라고 하기엔 조금 어려 보였던 감이 있지만 분명 키세와 비슷한 또래였던 건 확실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멋대로인 생각이긴 했지만, 만나고 싶고 또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지 겨우 이틀 째였다. 급우는 이미 선배라는 사람을 데리러 떠나버렸고 이제 자신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 사람일까? 그런 우연이 또 일어날까. 우연히 만나서 머릿속에 남은 사람이 신기하게도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니 로맨스 소설에서나 나올 얘기 같았다......어라 로맨스? 왜 하고 많은 소설 중에 로맨스지?

 

 키세는 잘됐다고 해주는 여학생들에게 어영부영 대답했다. 머리가 빙글빙글 회전했다. 만약 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라면 이번에 한 번 더 얼굴을 볼 수 있는 건가. 그 목소리가 이번엔 자신을 향해 뭐라고 얘기할까?

이번엔 모자랑 선글라스를 낀 보행인A 가 아니라 키세 료타를 보는 것이다. 표정이 변할까? 그 파란색 눈은 어떻게 나를 담을까. 역시나 변할까, 놀랄까, 다른 사람들처럼 호기심과 동경과 선망, 질투, 호감 이런 것들을 담아서 빛날까 바래질까.

 

  아니, 아니, 그전에 이 사람은 저 나무 꼭대기에 오르려는 와주는 거지. 그럼....... 그러면 다시 한번.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건가. 파란 하늘을 향해 뛰어들 듯 허공을 박차고 나는 그 모습을.

 

 키세의 심장이 작게 콩콩 뛰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무섭고 지독한 싸움이 있었을까.

머리가 엄청나게 울리고 온 몸이 지끈거린다. 들이쉬고 내는 숨마다 통증이다.

그러나 나는 제발 이제는 앉아달라고 애원하는 무릎을 간신히 펴고서 다시 고개를 들어 맞선다.

 

나는, 지지 않아.

쓰러지지 않는다.

불가능이나 가능의 문제가 아니야, 나는 절대로 쓰러지지 않아!

 

소중한 사람을 위해 바치지 못하는 목숨을 목숨이라 하겠는가.

나는 제멋대로고, 이기적이고 건방지고 바보고 

눈치 있는 척은 다 하면서 사실은 모르는 것 투성이인 거짓말쟁이였지만

그것만은 안다.

알고 있다.... 

당신을 만나 알게 되었다

 

나는 오늘 당신을 위해 이 한 목숨 바쳐 

싸워 이길 것이다

 

 

 

===

황립

 

 

 

나노하 좋아합니다 짱 좋아요 헉헉헉헉

그래서 키세키+아이보로 각자 마도사+디바이스라면 제가 참 좋겠다 하구 au.

하다하다 이젠 아이보가 무생물이네요 하지만 자고로 인연이란 영혼의 문제인거져!!!!

나노하 시리즈에서 진짜 마도사랑 그 디바이스의ㅠㅠㅠㅠ 부서지지 않을 신뢰가...!ㅠㅠㅠㅠ 그 강한 믿음이...!ㅠㅠㅠㅠㅠㅠ

 

3기나 극장판으로 갈 수록 인공지능인 디바이스도 점점 언어 구사력도 올라가고 인격이나 성격을 더 표현하는 것 같아서 또 좋습니다. 

유니존 디바이스야 원래 인간형도 따로 있고 하니...... 여튼 각자 보이스도 말투 ,언어도 자신의 마스터를 부르는 호칭도 다르다는게 너어무 좋아요ㅠㅠㅠㅠㅠ

마도사들도 하나의 인격체이자 떨어질 수 없는 파트너, 당연하게 내 곁에 있을 무기, 단짝...등등 여러가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관계로서 대하는 게ㅠㅠㅠㅠ진짜 저한테 직격

 

===

 

마도사 키세키-아이보 디바이스일 때

 

카가미 타이가 / 미드+베르카 혼합식 기동형 마도기사. 프론트 어태커

디바이스 쿠로코 : yes, patner. 다기능 디바이스 

 - 약간 이레귤러한 혼합식 기동형 마도기사. 마도기사로서 근접전에 탁월하고 암드 기능이 있는 쿠로코를 사용하지만 (=해전, 육전)

   쿠로코가 독특하게 사격형 일반 디바이스의 형태도 갖출 수 있어 사격+포격 능력도 있다.(=공중전) 그래서 쿠로코는 이제까지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디바이스였는데

   근접전투는 물론 특히나 공중전에도 재능이 있는 카가미를 많나서 꽃 피우는 중.

   주인공이라 사기캐 스펙. 마도사의 기술에 의존한 근접전투와 마도사의 재능, 공감각에 의존한 고기동 공중전을 조합한 속도감 있는 전투가 특징. 인-아웃 전환이 빠르다.

   복합기능 디바이스인 쿠로코가  이 속도를 살린 마력의 고속 전산처리, 전개로 카가미를 보조함.    

   무기모드로 근접전투를 벌이다 아차하면 멀어져서 쿠로코의 빠른 마법전개로 포격을 날리는 게 일반적인 전투스타일. 둘의 호흡이 환상적으로 잘 맞는다.

   명실공히 앞서 길을 뚫는 프론트 어태커.

   굳이 단점을 꼽자면 프론트 어태커란 거에 비해 비교적 맷집이 부족한 편인 것. 공격과 공중기동에 치중하다보니 방어마법이 주거씀...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교적'이다.  

   디바이스가 말대꾸를 잘한다.

 

키세 / 미드칠더식 기동사격형 마도사. 가드윙 + 올레인지 어태커

디바이스 카사마츠 : all rigt, my master/ (yes, my lord). 인텔리전트 디바이스

 - 키세키는 기본적으로 다 사기캐라서 키세도 특기가 여러개. 복합적인 특기는 키세가 제일 사기. 기동, 사격, 포격 등 모든 전투기술과 위력이 평균을 한참 웃돈다.

    스피드를 앞세워 다양한 스타일의 마법으로 상대를 휘젓는 스타일. 디바이스 카사마츠의 특징으로 쿠로코처럼 고속의 마력 전산과 병렬처리가 특징. 거기에 카사마츠는

    무기형이 아니라 무기형일 때의 프로그램이 없는 탓에 모든 전산을 다양한 마법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에만 쏟아부을 수 있다. 

    즉, 카가미 콤비랑도 비슷하다. 게다가 암드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무기 처럼 쓸 수는 있다. 바르딧슈처럼.....

    그래도 그게 메인은 아니라, 어디까지나 광범위 마법, 정밀사격마법, 방어마법, 중거리 포격마법 등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신출귀몰 전장을 쏘다니는 것이 키세의 역할.

    프론트 어태커가 열어놓은 길을 돌파하는 스피드형 가드 윙,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베스트 올레인지 어태커. 

    스피드는 최고, 기동성도 좋고 포격의 위력도 상당하고, 사격도 상당히 정밀하며, 광범위 마법과 특수 마법도 갖추고 있고, 다양한 배리어와 유일하게 보조마법도 몇 개 사용가능하다.

    즉 장점은 뭐든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단점은 다른 애들에 비해 전부 다 최고치를 찍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맷집이 제일 약함.

    디바이스가 마스터한테 역정내는 꼴을 가끔 볼 수 있다 

   

미도리마 / 미드칠더식 초원거리 포격형 마도사. 센터 가드 및 윙 백

디바이스 타카오 : ok, my ace! / 인텔리전드 디바이스

 - 정석적인 미드칠더식 장거리 포격형. 서서, 쏜다. 장거리가 가능하다는 것은 포격의 위력이 세고 범위가 넒어 멀리 떨어져도 위력이 가감하지 않은 채 닿는다는 건데

   미도리마의 경우엔 장거리가 아니라 초장거리, 초원거리 포격까지도 가능하다. 포격의 '화력' 만으로는 최고수준. 거기에 디바이스의 높은 공간인식력을 바탕으로

   근-중거리 정밀사격의 명중률도 최고수준이다. 거리가 멀어지면 영향범위가 넓은 포격으로 넓게 다 쓸어버리니 방법은 전송마법으로 도망치든가 서서 막는 수 밖에 없다.

   고화력 포격은 전산에 시간이 걸리므로 전송마법을 목숨걸고 가동하는게 차라리 생존확률이 높을지도. 요격형 센터 가드의 정석. 

   장점은 가장 높은 화력. 초원거리까지 커버하는 위력의 포격, 근-중거리라면 놓치는게 없으면서도 한발 한발의 위력도 상당한 정밀 마력탄.

   단점은 아예 느린 전산을 커버하기 위해 중장갑을 선택해 스피드가 비교적 느린 것. 그냥 사격 하나만 믿고 거기에 다 투자한 셈이다.   

   까불까불 디바이스. 보이스에 묘하게 장난기가 깃들어 있는 느낌적인 느낌?

 

아오미네 / 미드+베르카 혼합식 기동형 마도기사 프론트 어태커+가드 윙

디바이스 이마요시 : yes, boss / 암드 디바이스

 - 카가미랑 비슷한 프론트 어태커. 암드 디바이스를 가진 근접전투, 인파이터의 정점. 높은 기동력을 가진 해전과 육전의 명수. 마스터의 명령에 어떤 반항이나 이의 하나 없이

   전부 따르는 디바이스로 빠르고 낭비없는 근접전이 특징. 인파이트가 특기이지만 중거리를 커버하지 못하는 건 아님. 디바이스는 빠른 상황판단으로 모든 것은 마도사를 보조하는 

   형태로만 전투가 이루어진다. 마도사의 민첩한 기동력과 반사신경, 본능적인 감, 그리고 어떤 자세나 위치에서도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공격을 성공시키는 전투센스가 발군이다.

   카가미네랑 스펙이 되게 비슷하다. 대신 카가미네보다는 방어마법이 좀 더 낫다. 디바이스의 차이. 

   디바이스가 되게 안 그럴 거 같은데 마스터 하란대로 다 함

 

무라사키바라/ 미드칠더식 중장갑 광역마법형 마도사 윙 백

디바이스 히무로 : all rigt, my master/ ok, deer 인텔리전드 디바이스

 -좀 더 광역마법에 중심을 둔 미드칠더식 포격형. 주로 직사형인 미도리마의 포격과는 달리 이들 중 가장 위력범위가 넓은, 엄청 넓은 광역마법이 주특기. 육전형.

   어느정도의 기동성은 갖춘 미도리마네에 비해 이쪽은 정말로 그냥 멈추고, 서서, 발사한다. 위력은 물론 범위는 최고. 따라서 시전에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그래서 가장 묵직하고 무거운 중장갑. 강력한 방어마법이 두번째 특징이다. 즉 장점은 위력과 범위, 파워, 방어력. 단점은 마법 시전 스피드와 기동성.

  히무로가 다양한 속성의 여러가지 범위마법과 다양한 방어마법 전산을 커버하며, 시전 중엔 자동 방어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 메모리 용량이 많다는 느낌.

  디바이스가 무척이나 장난스러운 느낌이 가끔 든다. 그리고 지는거 싫어함

 

아카시/미드칠더식 기동 포격형 마도사. 센터 가드

디바이스 : yes, my majesty / 인텔리전드 디바이스

 -다 잘한다. 

  지휘관 타입의 센터 가드

 

 

기본적으로 디바이스들은 '마스터' 라는 호칭은 다 한번씩 쓰는 편. 하지만 입에 붙으면 자신만의 호칭을 쓴다.

둘 다 있는 애들은 섞어씀

특히 카사마츠는 기본적으론 마스터라고 부르는데 키세가 호기로워지거나 기특하면ㅋㅋ 아주 가끔 웃으면서 농담 반 섞어 로드라고 불러줌. 

히무로는 반대로 보통은 디어라고 장난스럽게 부름. 때로 마스터. 가끔 놀리듯이 스윗하트 이런 말도...... 호칭 바리에이션이 다양할지도.

마도사들의 단점은 저들끼리 비교했을 때의 단점이지, 실제로 다른 마도사들과 비교하면 단점도 아니다. 

 

마법은 거의 순수 마력 타격들이지만 키세는 전격, 무라사키바라는 빙결 속성을 띄는 광역 마법이 있긴 하다.

 

디바이스들은 나노하들에 비해 잘 떠듬...훨씬 떠듬. 마스터 알기를 뭐 알듯이 그냥 막

다들 유니존 디바이스여도 좋겠다. 그래서 인간형태가 있고, 융합을 하면 각자의 머리색이 밝은 색으로 빛나는 걸로!

다만 다들 광역마법형은 아니고 타입은 저 스타일 그대로 강화형.

...이면 막 떠들고 마스터 말에 태클걸고 해도 자연스럽^^ 겠지^^!!

 

다들 아주 높은 랭크의 에이스 마도사들이다.

시공관리국 소속?

같은 부대.

6대대 처럼 저마다 다른 곳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같은 부대로 모였다는 것도 좋겠다

각자가 대장이고 아래에 각기의 반 혹은 분대를 거느리고 있다는 느낌. 그렇게 되면 학교별로 분대가 나뉜다.

세이린 분대 카이죠 분대 이런 느낌

 

촉탁 마도사라도 좋겠다!! 그럼 좀 더 프리~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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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일로도, 목이 디바이스여도 좋고 일이 디바이스여도 좋겠다.

호칭은 ok, buddy. 인텔리전트 디바이스, 어태커와 윙 백을 넘나드는 이레귤러 스타일

장점은 맷집!! 

카가미와는 약간 다른 느낌의 빠른 공수전환이 특징. 적의 대쉬나 마력의 움직임을 미리 캐치해서 그에 맞게 공/방 을 전환한다.

또 다양한 요격마법이 가능. 근-중거리일 경우엔 정밀, 장거리일 경우엔 포격인 균형잡힌 요격 스타일.

두가지 장점의 조합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화력을 넘치도록 보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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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자기식 설정이지만 원래! 2..3차란 그런 법이니 괜찮은 듯 그리고 원래 나노하엔 설정구멍이 많으어응러을러ㅡ어어ㅓ

저 '호칭'이 무엇보다도 보고 싶어서 적어봤다가 일케 늘어났네여 

아 좋다....보고싶다...시공관리국 촉탁 마도사 키세키라거나 집무관 키세키 에이스 오브 에이스 키세키 머 이런거

디바이스 부서지면 천지가 뒤집히는 마스터들이나, 마스터의 부상에 분노해 날뛰는 디바이스들이나,

인공지능인데도 위급사항에 마스터의 목숨을 최우선으로 명령을 위반하거나, 반대로 그런 경우에도 함께 부서지기를 각오한다거나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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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컬 키세키들로 나노하 내용이 보고싶네요 특히 인명구조 파트나 모의훈련, 로스트로기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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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이맘때는 아직 마유즈미가 안나왔을 시점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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