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길에 한 말씀 드리오니

세상일 돌고 돌아 푸른하늘 같다고

 

 

===

어디 옛....시인의 글...이었던거 같은데 책에서 봤는데 분명

느낌이 좋았던게 기억나서

 

 

(중략)

 

당신이 보면 매우 참담한 풍경이겠지만
나에게 보이는 것은 
역시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맑고 투명한 바람뿐입니다

 

 

 

===

미야자와 겐지의 '눈으로 말하다眼にて云う' 시 일부입니다.

읽을 때마다 감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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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란 것들이 얼마나 이기적이냐면, 그들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

여러 의사가 생각나서

 

 

빠르게 달리는 재능이 있고, 피아노를 잘 치는 재능이 있고

무언가를 만드는 재능이 누군가에게 있는 것처럼, 누구나 재능 하나씩 평범하게 지니고 있는 것처럼 

한 여자아이에게는 세계를 창조하는 재능이 있었다.

 

 커다란 상수리나무 숲의 주민들은 요근래에 들어 하늘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오래도록 쨍하게 내리쳐서 그늘을 찾게 만들던 해가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숲의 주민 중 한 사람, 요정 릴레가 문득 내뱉은 

'..하늘이 멀어진 것 같아.' 라는 한마디는 이내 모든 주민들의 공감을 얻었다. 하늘이 멀어졌다. 

 

그 외에도 변화는 많았다.

상수리나무 숲의 생각하는 고양이, 우다파의 생각은 이전에 비해 유난히 자기성찰적이 되었다.

언제나 푸릇하던 상수리나무들은 이전보다 물기가 적어졌다. 조금씩 바싹하게 말라가고 있는 것 같았다.

팔랑팔랑 스커트를 휘날리며 튀어다니던 긴 머리칼의 아가씨들은 최근들어 유난히 어딘가 바람이 선선한 곳을 찾아 가만히 앉아 뭔가를 먹고 있다.

물어보면 '어쩐지 먹어도 먹어도 계속 배가 고파' 라는 말 뿐이다.

주민들은 사늘하게 내려간 밤의 온도만큼 마음도 사늘히 내려앉았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숲과 세계가 아직 초보인 하느님이 만든 첫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중하고 고마운 하느님이지만 아직 초보이기 때문에, 불안불안 한걸지도 몰랐다. 

한층 스산해진 바람이 모두를 스쳐지나갔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세상에 저걸 봐-!"

해가 멀어졌어도 아침이 되면 씩씩하게 숲 위를 날아오르던 갈가마귀 오로토가 큰 소리로 외쳤다.

"숲이, 숲이 이상해졌어!!!"

커다란 나무 위, 나무 아래, 잎사귀 사이사이에 지어진 집들의 문이 벌컥벌컥 열리며 주민들이 뛰쳐나왔다.

몸이 날랜 다람쥐, 고양이들은 어떻게든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고 몇몇은 다른 갈가마귀와 초롱새, 빛깜빡깜빡이새의 도움을 받아 함께 나무 위로 날아갔다.

 

오로토는 날개로 가장 높은 북쪽의 둔덕 꼭대기를 가리키며 경악에 떨고 있었다.

상수리나무가 노랗게 변하고 있어!!

이 숲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북쪽 둔덕 꼭대기의 나무부터, 아래로, 아래로 천천히 나무가 노랗게 변하고 있었다. 드문드문 다른 나무가 섞여있는 곳은 붉어지고 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남쪽으로.

모두들 태어나 생전 처음보는 광경에 놀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요정 릴레가 문득 아래를 보고 외쳤다. 

"하느님!"

 

이 세계의 하느님인 여자아이는 하늘을 날 수 없기 때문에 열심히 주민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릴레와 릴레의 친구인 코마나가 하느님에게 다가갔다.

뒤에서 생각하는 고양이 우다파가 또 무언가 생각에 빠져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다.

"하느님!"

"하느님, 상수리나무가 이상해요!"

"사실 이전부터 숲이 이상했어요"

"해가 멀리 떠나는건가요?"

"그래서 덥지 않은 건가요?!"

"저희는 살이 찌고 말았어요!"

이내 곧 주민들이 모여들어 깍깍, 깩깩, 으르렁, 왕왕 몰려들었다. 

아직 어린 하느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손을 들어 요정과 고양이, 새, 기타등등을 진정시킨 후 입을 열었다.

 

"아냐, 아냐. 다들 걱정하고 있는 그런거 아니니까, 괜찮아."

코마나가 안도의 한숨을 폭 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에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아서 직접 보려고 와 봤어. 분명 릴레나 코마나, 우다파, 오도로...전부다 놀라고 있을 거 같아서."

하느님이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하늘이 높아지고, 태양이 멀어졌지?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아침저녁에는 이불이 따뜻하게 느껴질거야.

어쩐지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늘어나고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지.

불어오는 바람은 선선하지만 이전만큼 물기를 머금고 있지 않아서, 부드럽지만 또 한편은 쓸쓸한 기분이 드는 때가 늘어나.

이전보다 집과 내 방이 아늑하고 바싹마른 나무를 보면 생각이 안으로 향해.

그리고 상수리나무 숲의 나무는 색깔을 바꾸는거야."

 

이 세계가 시작한 지 9달, 너희의 나이는 이제 9개월.

단풍과 낙엽과 저녁바람의 계절.

하느님은 뒤로 하나로 묶은 머리를 흔들면서 노랗고 붉게 물들고 있는 북쪽의 나무를 가리켰다.

 

"너희가 처음겪는 가을이 오고 있는거야."

 

커다란 상수리나무 숲의, 태어나 처음맞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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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오리지널 연성노트를 발견-!

 

 

때론 인간이, 사람이 하늘을 거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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