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많이 묻혀서 종이 위에 죽 긋고 있노라니 쇼자에몽이 등 뒤에서 말을 걸었다.
'풍경화보다는'
'뭐가 다른가?'
그리는 모양을 눈으로 좇으며, 다시 물어온다. 란타로도 종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그대로 답했다. 그건 너무 예쁘게 그려야 할거 같아서.
'차라리 지도가 조금 더 자신있어.'
종이 위에 금새 사람의 형상이 갖춰졌다. 검은 먹만으로 이뤄진 얼굴이지만, 어쩐지 쇼자에몽은 그것만으로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강이나마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그가 키리마루를 도울 때 그리는 마을 여성들의 미인도도 생각이 났다.
웃음이 나왔다.
'됐다.'
최소한의 선만으로 그려진 젊은 남자의 얼굴이 사람의 손에 들려 얆은 세상 안에서 펄럭인다. 왠지 험상궃네. 한마디 했더니 과연 수배서에 쓰일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명산이나 계곡을 그리는 것보다도, 사람을 그리는 게 특기라는 게 란타로답네.'
'.......수배서를 그리는게?'
둘 다 웃었다.
'그게 어울려, 란타로'
쇼자에몽은 웃음기가 남은 얼굴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그림을 펴두는 란타로를 보며 말했다.
'너는 네가 좋아하는 꽃이나, 사람이나 물건이나, 좋아하는 말이나, 언제나 네게 어울리는 것만 가지고 있는 거 같아.
마음이 상냥한 너를 좋아한다고 예전에 말한 적이 있지만, 사실 우리 중 누구보다도 가장 네 자신이 확실한 건 너인지도 모르겠어...'
===
쇼쨩이랑 란쨩
'닌타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나는 크면 엄청 멋져진단 말야 문제는 (0) | 2019.10.30 |
---|---|
토라와카랑 산지로 (0) | 2019.10.30 |
왜 사는 걸까 같은 질문은 (0) | 2019.10.30 |
누나누나 이리와 요것봐 (0) | 2019.10.30 |
little creep (0) | 2019.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