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골라내고, 상처에 고루 펴바르고, 붕대를 감을 수 있구나.

 

얼굴 전체부터 어깨죽지, 등과 가슴으로 이어지는 온 몸의 화농자국에 새로 붕대를 감는 아이의 뒤통수가

눈 앞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을 남자는 말없이 지켜보았다.

 

아이는 이제야 열살 남짓이고 남자는 서른을 훌쩍 넘긴 성인이라, 아이는 한번 붕대를 두를때마다 배쪽에서 등쪽까지 매번 걸음을 옮겨야 했다.

 

붉거나 검거나 혹은 설명하기 싫은 이상하고 끔찍한 색으로 울긋불긋한 화상 위를 작고 보드라운 손이 오간다.

아이는 팔은 물론 열심히 다리까지 놀려가며 남자의 어깨죽지에 붕대를 동여매고 이제는 마지막으로 남은 왼팔에 다시 약을 발랐다.

남자의 눈에 자신의 피부과 그 위에서 움직이는 아이의 하얀 손이 대비되어 눈에 박혔다.

 

"꼬마, 내가 무섭지 않니?"

 

남자가 물었다. 담을 넘고 감시원을 피하면서 쳐들어와 이렇게 상처를 치료받고 눌어붙은 붕대를 간게 몇 번-아니 이제는 몇 십번을 넘을지도 모르겠다-인데. 남자가 처음 무단침입한 날은 아이와 그 선배는 손에 집히는 것은 죄다 던져댔었다.

이후 이런 방문이 익숙해지면서 대부분은 아이보다 훨씬 능숙한 사람이 도맡았지만,

눈 앞의 이 작은 아이가 약과 붕대를 직접 꺼내든 적도 이제는 손가락을 몇개나 꼽을 수도 있다. 이제와서 하기에는 꽤나 뻔뻔한 질문이었다.  

 

"뭐가요?'

 

말꼬리를 기운없이 끌며 아이가 되물었다. 이건 아이의 버릇이다. 원래 성정이 어둡다기보다는 어디선가 이런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옮아 온 것이다.

약을 상자에 넣으며 아이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마주보았다. 똑바로 쳐다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순수한 시선이다.

이제는 시원하다는 느낌조차 투박한 팔을 내밀며 남자가 대답했다.

 

"흉하잖아. 안 무섭냐고."

 

잘라내는게 낫겠다는 말이 나오기 직전에 불꽃이 사그라든 화상이다. 그리고 몸의 반신 이상이 그 꼴이었다.

몇 년이나 지난 지금도 상처 속에는 불씨가 우둘투둘 숨어있어 야금야금 몸을 집어 삼키고 있다.

흉하다는 말도 귀여워 보이는 남자의 손은 희미하게 약초 냄새가 나는 아이의 희고 작은 손과 너무나도 선명하게 대조되었다.

 

아이는 한쪽 밖에 없는 남자의 눈을 마주보다가,

다시 제 앞에 놓인 남자의 붉은 팔을 내려보다가,

흰 붕대를 집어들고,

 

"상처입은 사람이 왜 무서워요?"

 

하고는 돌돌 감긴 붕대를 주르륵 풀었다.

말꼬리를 올렸지만, 딱히 대답해 달란 것은 아니었던 듯 그 후로 입을 꼭 다물고 붕대를 깨끗하게 감는데에만 신경을 쏟고 있다.

 

남자는 자기 손바닥만한 동그란 정수리가 눈 앞에서 흔들흔들하는 것을 마찬가지로 입을 다물고 쳐다만 보았다.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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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토씨랑 후시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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