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세계를 지키기 전에 내 미래부터 끝장날 거 같아.
여자아이는 솟구치는 짜증과 불안감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아이는 중학생이고, '내신에 대비'라는 말을 상습적으로 꺼내고 습관적으로 되새기는 학년이며 내일은 수학 수행평가가 있다.
지금 있어야 할 곳은 스탠드가 켜진 책상 앞이고, 문제집을 펼치고 펜을 쥐고 '그래서 대체 x 란 무엇인가?' 라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발디디고 있는 곳은 3층의 상가 건물보다도 높은 허공이고, 장비하고 있는 것은 마법 지팡이.
입고 있는 옷은 교복도 파자마도 아닌, 천을 넉넉히 쓴건지 아닌건지 구분이 애매한 마법소녀의 변신복이다.
그리고 눈 앞에 마주한 적은 x=? 가 아닌 깡통같은 재질로 이루어진, 멍청한 로봇같이 생긴 '괴물'
이 모든 상황이 주체못할 만큼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처음에 봉제인형 같이 생긴 미확인물체의 '마법사가 될수 있다'는 바보같은 꼬임에 넘어간 것이 죄다.
불도 나오고 물도 나오고 여하튼 그런 마법을 펑펑 쏴대면서 하늘을 날 수 있다니, 분명 스트레스도 풀리고 재미있고 보람찰 거라며 선뜻 외치라는 변신 주문도 신나게 외치던 반년 전의 자신이 밉다.
사춘기의 성장속도는 급격하여, 길다란 변신주문의 부끄러움을 한달여만에 깨달아 각고의 노력 끝에 주문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 연습을 위해 당시의 배구 스파이크 수행평가를 포기했다.
이 외에도 괴물들과 맞서싸와 인간세계를 지키기 위해 포기하거나 포기 직전까지 몰린 시험이며 수행평가는 이미 양손을 넘어갈 지경에 이르렀다.
"우선 내 미래부터가 불안해." 소녀는 내뱉듯이 말했다. 옆에서 열심히 지원사격을 하던 봉제인형이 몸을 움츠렸다.
===
중~고등 마법 변신소녀가 있었으면...! 현실에 기초하여 내일 수행평가와 모레 시험에 벌벌떠는 한국의 마법변신소녀
나중에는 대학생이랑 직장인도 가세
===
이게 대체 몇 년전에 쓴 거지? 지금도 수행평가가 있나?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활자가 검은색인지 아십니까 (0) | 2019.10.22 |
---|---|
모든 것이 다 행복하게 끝나기를 (0) | 2019.10.22 |
길에 돈하고 (0) | 2019.10.21 |
시가 좋다 (0) | 2019.10.21 |
이 숯도 한 때는 (0) | 2019.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