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선생님 집. 선생님은 잠시 외출했고 아이들만 우르르 있다. 사고치지 말라고 입을 막아둘 셈으로

도이샘이 지갑을 열어 야식시키라고 얼마를 줌. 아이들은 15살 정도?

 

11명이서 파닭을 네마리.

도이샘은 충분할 줄 알고 돈을 줬지만, 한창 자랄 나이의 남자애들라서 사실 네마리로도 부족하다.

뼈는 싫으니 순살을 시키라는 헤이다유의 주장을 뒤로하고 뼈닭으로 결정. 왠지 순살은 뼈닭보다 양이 적은 느낌이 듬.  

하반의 모두는 닭의 가치 1순위를 양으로 쳐서,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되 묵살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하였다.

남는 돈으로 어떤 사이드 메뉴를 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잠시 있었지만 곧 큰 콜라를 더 추가하는 것으로 금방 결론이 났다. 양이 최고다.

 

헤이다유가 투덜대는 걸 무시하고 쇼자에몽이 주문. 30분이 걸린다는 말에 모두 탄식.

거실에 티비를 틀어놓고 산지로는 어디선가 베개를 꺼내 껴안고는 벽에 등을 대고 앉아있고 헤이다유는 산지로 다리를 베개삼아 누워서 늘어져 있다. 아직도 순살거리며 틱틱대는 중.

키리마루는 이 집에서 살고 있으므로 잠옷차림이다. 이불을 안은건지 무릎을 덮은건지 여튼 둘둘말고 있음. 신베한테 전기세 드니 냉장고 문 좀 그만 열라고 소리치고 있다. 신베는 이미 체크가 끝난 냉장고를 자꾸 열었다 닫았다... 매번 물을 꺼내서 마신다.

란타로가 키리마루 옆에 앉아서 보고 웃고 있다가 반쯤 깔고 앉아있던 이불을 키리마루가 끌어당기는 바람에 앞으로 슬라이딩.

쇼자에몽은 잔뜩 꺼냈던 배달 쿠폰들이랑 전단지, 상가연락망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도로 넣어두었다.

이스케가 리모컨을 쥐고 있다. 괜히 채널을 바꾸다가 가요프로그램에 고정시킴.  여자아이돌이 나오면 모두의 시선이 한번씩 티비를 향한다.

뒤에 앉아있던 단조는 소리 좀 키우면 안되냐고 했지만 이스케에 의해 기각되었다. 킨고가 그 옆에 벽에 기대서 앉아있다. 팔짱을 꼈음

키산타는 킨고 어깨에 머리를 올려두고 있다. 멍한 표정이다. 토라와카는 얘가 자는가 싶어서 가까이서 얼굴을 봤다가, 아니라서 좀 민구스러웠다.

한참전에 해치운 과자봉지들은 구석에 꾸깃꾸깃 압축되어 널부러져 있다. 이게 얘네들의 '잘 치운것'이다. 키리마루는 아니라는걸  아나 지금은 매우 귀찮고 닭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냅두고 있음. 그러나 이스케는 매우 신경쓰인다. 하지만 지금 괜히 치운다고 움직였다가는 남자 둘이서 사는 이 집 전체를 내버려 두지 못할 것 같아서 보고만있다.

 

전화 후 10분이 경과하고 부터는 3분마다 한번씩 닭 아직 안오나, 오토바이 사고난거 아니냐, 닭 털부터 뽑아오냐?! 같은 투덜거림이 누구랄것없이 산발적으로 여기저기서 터져나옴. 청소년은 늘 고픈 나이임.

쇼자에몽은 전화 좀 해보라는 의견을 묵살한다.

 

정확히 30분 후에 벨이 울릴때까지 아무도 접시라던가 그런거 세팅하지 않음. 젓가락이나 포크 같은거 꺼내? 하고 란타로가 의견을 타진했으나 젓가락을 쓰면 (다른 녀석들 보다) 빨리 못 먹기 때문에 반대표가 많아 기각. 무엇보다 11명 분의 젓가락도 포크도 그릇도 없다.

벨이 울리면 쇼자에몽이 받아둔 돈을 가지고 나감. 단조가 뒤따라 간다.

굼뜨게 나가는 척~하던 녀석들은 둘이 일어나자마자 반쯤은 굴러서 움직여 가운데 자리를 만듬. 치킨님을 모실 자리임.

두 사람이 양 손에 봉지 하나씩을 들고 온다. 닭의 향기에 모두 우오오 난리가 남. 내려놓자마자 봉지를 반쯤은 찢어내서 뒤로 던져버림.

이스케는 또 이게 신경쓰이나 눈 앞의 치킨이 더 중요하기에 일단 무시한다.

이틀은 굶은 사람 마냥 치킨에 굶주렸던 손들이 뻗어옴.

 

그리고 정말 빨리 먹음

남자애들 진짜 빨리 먹는다

씹기는 하는것 같은데 그 스피드가 차원이 다름

배려심 그런거 없고 무조건 닭다리부터 탈취함. 그 다음은 살이 많은 가슴살. 란타로는 얼른 집어든게 목이라서 껍질만 깨작깨작 씹음. 같이 들어있는 튀긴 감자와 떡을 먹기 위한 소규모 쟁탈전이 가끔 일어나다 빠르게 종결됨

신베가 손대는 치킨박스는 진짜 전쟁. 또 의외로 많이 먹는 단조랑 킨고, 토라와카가 냠냠대고 있다.

헤이다유는 파를 쏙쏙 골라내서 치킨만 먹음. 계속 뼈발라내는게 귀찮다고 투덜거리고 있다. 그래도 고기 들어가는 입은 또 따로 있다.

 

전쟁처럼 치킨을 2/3쯤 초토화 시킨 후에야 콜라를 땀ㅋㅋㅋㅋㅋㅋㅋ. 콜라의 존재를 이때 눈치챔. 이성이 들어서.

쇼자에몽이 주문할 때 미리 말해서 종이컵이 딸려왔음. 근데 10개가 옴ㅋㅋㅋㅋㅋ란타로 차례에서 컵이 끊겨 혼자 부엌에서 컵을 또 가져와야 했다. 콜라도 들이붓듯이 부어서 마심.

이제서야 좀 정신이 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부터는 이제 좀 얘기도 하고 치킨 맛있다 이러면서 먹는 입 말고 다른 입이 트임. 티비에 또 시선이 한번 감. 누가 나오든 키리마루는 동네 아줌마들에게 주워들은게 많아서 관련 스캔들을 어느정도 알고 있음. 애들 솔깃해하면서 듣는다.

이런저런 얘기하고, 남은 치킨을 쟁탈하고, 벌써 동이 난 치킨무를 아쉬워하며 마지막 콜라를 뺏기위해 애쓴다.

 

배도 부르고 다들 반쯤은 늘어져 있는데 집 전화가 때를 울림. 키리마루가 받으니, '사정이 생겨 늦는다'며 먼저 자고 있으라는 도이샘의 전화임. 그 외에도 문단속 잘하고 설거지 해놓고 방 어지르지 말고 예비 이불이 어디 있으니 꺼내고 마침 모였으니 내줬던 숙제도 좀 해결해 보라던가 같은 말들이 이어지지만 키리마루는 맨 처음 말만 접수하여 전해줌.

 

심하면 일주일 내내, 하루종일 얼굴 보고 사는 멤버들이라 배부르고 나른한 분위기 속에서 늘 하던 얘기들 주억거리면서 차례로 잠듬.

키산타가 제일 먼저 잠들었다. 거실은 좁다며 헤이다유는 산지로를 끌고 이불 한채에 모자라는 베개도 두개나 빼내서 방으로 들어감.

나중에 킨고가 키산타를 반쯤은 업고 들고해서 질질 끌며 방으로 가서 잔다.

먼저 잠든 녀석들을 위해 불을 끄고, 작은 등만 켠채로 몇 명이서 더 속닥거리며 얘기하다 결국 모두 다 잠듬. 마지막에 졸린 눈으로 불을 다 끄는건 란타로.

 

그리고 모두가 다 잠든 새벽. 도이선생님이 돌아와 조용조용히 열쇠로 문을 땀.

한숨이 추위로 입김으로 변해 뿌옇게 흩어진다. 살짝 문을 열려는데 문이 저절로 슬슬 열림. 놀라서 보니 키리마루가 거의 감긴 눈으로 문을 열고 뭐라 으어이어으여....함. 아마 다녀오셨어요, 인 듯.

도이선생님이 으잉 하면서 집으로 들어오자 그제야 다시 좀비처럼 돌아 걸어가서 원래 있던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감. 금방 고른 숨소리가 들린다.

도이샘이 목도리를 풀어 의자에 걸면서 역시나 어둠속에서도 난장판으로 보이는 거실에 한탄하는데, 마찬가지로 엉망인 식탁사이에서 납작 눌리지 않은 치킨 박스하나를 봄. 열어보니 치킨 몇조각이 파랑 같이 곱게 봉지에 싸여있다.

 

===

치킨얘기ㅋㅋㅋㅋㅋㅋㅋ

애들은 잘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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