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사사코는 스고우데 대장을를 빼면 다들 꺼벙하기로 유명하지만 일단 그대로 다들 프로닌자들이니 여기서는 프로력이 좀 있음

란타로 팔 잘리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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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타로 상급생.

도쿠사사코를 둘러싼 혼란 와중, 그 쪽에 숨어들어서 정보 빼내려다 그대로 잡힘. 

꽤 큰일. 도쿠사사코를 중심으로 지금은 꽤 큰 혼란기임.

대판 기쓰면서 빠져나가려다 잡히고 그쪽도 뭐가 나가면 큰일이라서 서로 얻어맞기도 많이 맞음.

1대다수라 감옥에 갇힘.

게다가 란타로가 가져가려던 것 중 물적증거능 다 뺐었지만 란타로의 머릿속에 뭐가 들었느냐는 모르는 일임. 몇번 후려쳐서 윽박질러봐지만 당연히 나오진 않음.

스고우데도 입밖으로 뭐가 나오진 않을거란건 암. 일단은 잡아뒀지만 역시 죽여야한다.

 

란타로는 처분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감옥 생활.

그 쪽에서는 인술학원 상급생을 경계해서 밥주는 것도, 감옥경비도 매번 하루하루 바꿔 배치해서 혹시나 쌓일지도 모르는 정이나 정신을 파고드는 인술조차 세세하게 경계함.

어느날은 스고우데 닌자가 당번 겸 직접 하루 한끼 주는 밥 주러 내려옴. 

란타로는 멍하니 누워서 (반쯤은 움직이질 못해서) 그 밥상을 보다가, 스고우데 닌자의 팔이 창살사이로 빠져나가는걸 보다가

 

-역시 여기는 의사가 없군요?

 

스고우데 닌자가 고개를 쓱 들어 란타로를 봄. 별다른 변화는 없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여기 오시는 분들 모두가 다 아주 기초적인 응급처치 이외에는 아무 처방이 안되어있으니까....아무리 전쟁 중이라도 너무 심해요.

  조금이라도 의학지식이 있다면, 누구 죽이고 싶을 때나 그렇게 놔둘거에요..

 

닌자들은 자기 자신을 돌본 기본적인 응급처치 방법을 알고는 있지만 정말 어디까지나 기초적인 방법들 뿐임. 그런 복잡한거 익힐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확실히 임무를 수행하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돌아와 진짜 의사한테 보일 시간을 버는 기술을 익히는게 더 이익임 

닌자에게 의료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게 하는건 인술학원 정도다. 그마저도 다가 아닌 일부에게만 가르칠 뿐이고.

 

- 그 손

 

란타로가 힘들게 손을 들어 스고우데 닌자의 손을 가리킨다

스고우데 닌자의 새끼손가락은 붕대에 감겨있다

 

-손가락....자르세요

-그럴 순 없어

-그럼 치료를 받으시던가

-그럴 시간 없다

-그럼 죽으시던가. 솔직히 조금 꼴 좋군요

 

스고우데 닌자가 손을 들어보인다. 사실 안쪽은 반쯤 썩어있다. 전문적인 의료지식까지는 없더라도 경험이 많은 그로서는 이 손가락의 독소가 점차 위로 올라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무심코 묻는다 ...어떻게 하면 좋나.

 

-자르기 싫다면 치료를 받아요

-누가 해

-할 수 있는 사람이.

-너 밖에 없잖아.

-누구든지..

 

란타로는 그자리 그대로 계속 누워서 말함. 감시든 뭐든 뭘 하든 좋으니 누구한테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치료를 받아보세요.... 세상의 많은 부상은 그 때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면 대충은 다 무사히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어요. 잘 알고 있잖아요? 

스고우데 닌자는 묘하게도, 생각할수록 묘하게도 이런 시대에서 거의 6년간 안면을 익혀왔던 남자아이를 바라본다. 

처음 봤을 때부터 자라는 과정까지, 어찌된 영문이지 쭉 알고 있다. 머리카락이 부석부석하다는 것도 알고 있고, 운이 굉장히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겉보기와는 달리 때로는 어른들 가슴을 쿡 찌르는 톡톡 튀는 말을 내뱉을 때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발이 빠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걸 미리 알고 있어서 붙잡는게 조금은 수월했다. 그리고 이런 걸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나한테 보일거라면 조건이 있어요 

-맹랑하구만

-나밖에 없는거 잘 알거든요, 아저씨.

-...아저씨 아니다.

-일주일 줘요 아저씨

-네가 조건이고 뭐고 걸 처지 같느냐

-일주일간 이 안에서 저랑 있어요. 그럼 봐줄게요. 싫으면 말고.......죽으세요 사실 조금 좋네요 제 등에 칼 박고 저도 여기 처박은 사람이 그대로 팔부터 썩어서. 아유 끔찍해

  한달하고 사오일 조금 걸릴거에요, 아 왠지 몸 움직이기가 힘든데? 하고 느낄때까지...

-...이봐, 자네. 올라가서 부장들 좀 불러와라. 다 불러와.

 

스고우데 닌자가 감옥 감시병에게 심부름 시킴. 감시병이 허겁지겁 달려나가고, 발소리가 안들리자 스고우데 닌자가 감옥문을 세게 퍽 치면서

 

-...이 곳이, 지금 대장인 내가 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릴 만큼 만만한 상황이 아닌데에 감사해라. 꼬마야.

-옛날부터 여기는 그랬죠, 당신이 없으면 잘 안굴러가요.

-3일 주지.

 

그리고 스고우데 닌자는 말리는 다른 부하들을 다 떨치고 (그리고 사실 대장을 열심히 말리기는 해도 대장명령에 반항할 대쪽같은 인물들이 여기는 잘 없다) 3일간 란타로 감옥에 같이 들어가서 숙식하면서 치료받음. 약초는 란타로가 직접 제조하는 게 아니라 (그럴 기운도 없었다) 밖에서 란타로의 말대로 다른 사람이 제조함. 그리고 직접 발라보고 기미도 해보고 하면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나면 그때서야 스고우데 닌자한테 처방하고 그랬다. 스고우데 닌자는 약속대로 꼼짝도 안하고 감옥 한쪽에 눕거나 앉아서 조치받음.

그래서 과연, 본인도 뭔가 느낄정도로 큰 고비를 넘겼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3일이 딱 지나고, 스고우데 닌자가 복잡한 표정으로 감옥 문을 나올 때 (옆에서 도스부하가 이부자리 낑낑대면서 같이 챙겨나올 때) 란타로에 대한 처분이 위에서 내려온다.

 

일단은 살려 보낼 것.

 

인술학원과의 협상이 무사히 끝난 것이다.

명령장을 전해받은 스고우데 닌자의 표정이 좀 더 복잡해진다.

 

살려보내라는 처분이 내려졌다는 말에 란타로가 눈에 띄게 한숨을 몰아쉰다. 아닌 척 한적도 없지만 정말 뻐근하도록 가슴을 졸인 며칠간이었다.

하지만 앞에 '일단은' 이 붙었다.

무사히 그대로 보내란 말 따로 없었다는 것. 그건 즉 한 성에 숨어들어온 발칙한 녀석을 그 몸 그대로 보내지는 말라는 것이다.

 

-팔을 자른다.

 

란타로의 눈이 크게 떠진다.

본보기가 안선다. 위쪽의 명령이라도 한 성의, 닌자대의 체면이 있다. 숨어 들어온 데다 머릿속에 뭐가 들었을지 모르는 녀석을 그냥 아 그러세요, 하고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만해도 기적같다는 걸 란타로도 알고 있다. 알고 있어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양 팔을 꽉 붙든다.

 

 

다음 날, 도쿠사사코의 닌자대 사람들이 뜰 한켠에 모여있다 그 가운데 무릎을 꿇을 채 큰 나무 틀에 오른 어깨를 올린 란타로가 있다. 어깨는 덩치큰 남자에게 꽉 눌려 고정되어 있다. 란타로는 아무래도 미세하게 떨고 있다. 스고우데 닌자가 팔에는 아직 붕대를 감은 채 가만히 보고 있다. 

오른 팔목도 틀에 올려지고, 이제 막 묶여지려는 찰나 란타로가 입을 연다.

 

-인술은 연습해서 양 손을 다 쓸 수 있지만 저, 취미가 그림을 그리는 건데...이건 연습을 안해서 오른손밖에 못합니다. 그러니까 괜찮다면

 왼팔을........부탁해도 될까요.

-...여기까지 와서도 맹랑하군

-염치없지만.

 

스고우데 닌자는 란타로의 어색하게 웃는 낯을 가만히 본다. ...나는

 

-나는 이러저러해도 너에게 입은 빚이 있다. 그정도의 배려는 해줄 수 있을 정도의 은혜다. 하지만 이는 나만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저는 괜찮습니다

-저도....

 

다른 닌자들이 순간 외치다 뻘쭘하게 고개를 돌린다. 인상을 팍 찡그리며 뒤돌아 본 스고우데 닌자의 눈에 다른 사람들도 어째 본 적없는, 솜씨좋게 묶인 붕대를 이곳저곳에 감고 있다는 게 비친다. 딴청을 피우는 닌자들을 보며 스고우데 닌자가 한숨을 크게 쉰다. 

이런 걸 경계해서 다른 녀석들을 번갈아 들여보냈더니, 아예 싹 다 홀려놨다.

 

-팔을 바꿔라

-배려해주셔서...고맙습니다.

 

이상한 인사다. 

 

-이럴 걸 예상한거냐?

-사실.....요만큼도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어린게 솔직해서 좋군.

 

왼어깨가 큰 틀에 올려지고, 왼 손목이 작은 틀에 묶인다. 덩친 큰 사람이 어깨를 세게 누르고 그 다음으로 커보이는 사람이 날이 선 도끼를 치켜든다.

란타로는 고개를 들지도 못한다. 꽉 눌렸을 텐데도 전신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런 란타로의 뒤쪽에 덩치 큰 사람이 고개를 숙이는가 싶더니 

 

-최대한 빨리 끝내줄게, 그래서는 안되지만... 일이 끝난 후에도 출혈이 멎게까지는 조치를 취해주겠다. 

 

란타로가 간신히 간신히 고맙다고 중얼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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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술학원 학생들 사이에서 또 한번 난리가 났다.

약 보름간 소식이 죽었나 살았나 묘연하던 이나데라 란타로가 살아 돌아으니까. 

키리마루가 쥐어패려고 달려들다가 스무걸음 앞에서 얼굴을 찡그리고 열걸음 앞에서 멈췄다. 웃옷 소매가 헐렁해도 그 안에 뭐가 있고 없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후시키조의 평소보다 창백한 표정 아래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받은 란타로가 누워 있을 때, 도이 선생님이 들어와 옆에 앉았다.

란타로는 누워 인사해서 죄송하다고 한마디 하고, 도이선생님도 괜찮다고 한마디씩 주고 받고는 서로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란타로가 오른쪽 팔을 빼내서 죄송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어서. 아대를 풀어주세요, 하고 부탁했다. 도이선생님은 피며 여러가지가 진득하게 묻은 아대를 벗겼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더니 손목의 피부를 벗겨냈다. 

피부가 아니라 피부색의 접착종이였다. 그 안에는 조그맣고 얇게 펴진 종이조각이 진짜 피부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란타로가 작게 말했다.

 

-배려를 해주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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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타로가 일주일간 감옥에 같이 박혀있으라고 한 것은, 그동안 움직여서 독소가 더 퍼지거나,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일. 움직이지 않도록.

사실 3일이 딱 한계선이었다.

종이 안의 내용은 현재 도쿠사사코를 둘러싼 진영, 세력관계도와 그 예상도. 란타로의 숙제였다. 도쿠사사코로서는 들통나지 않으면 좋지만 들통나더라도 현재 대립하는 세력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것.  하지만 만약 이걸 가지고 제 3 세력인 인술학원이 나선다면 그 때는 큰 변화가 일지도 모른다.

그저 숙제라는 걸 알고 있고 이걸 간직은 하되 이걸로 인술학원이 딱히 뭘 하지는 않을거라는 계산은 있었다. 사실 근거없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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