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패러로 란타로는 장기입원환자. 

하얀 병실에서 하얀 커튼 너머로 봄색의 창 밖을 바라 보고 있음

 

키리마루는 도이샘이 어쩌다 입원해서 병시중 몇주 왔다갔다 하다가 우연히 란타로를 봄. 둘 다 성인이고, 이게 첫 만남.

동갑인데다가 성격은 판이하게 다른데 묘하게 대화가 잘 이어져서 키리마루는 도이샘이 퇴원한 뒤에도 자주 란타로의 병문안을 옴.

 

키리마루는 역시, 생활력이 하늘을 뚫고 온 몸으로 '살아가는' 녀석.

그리고 란타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치료에, 남들보다도 한발 더 성큼 옆으로 다가와 있는 큰 불안을 낀 장기입원환자.

 

란타로는 입원한지 2년. 초기에는 입퇴원을 반복했으나 마지막으로 다시 들어온 후 최장기록을 매일 갱신중임.

인상은 그래보이지 않은데 자세히 보면 꽤 말랐다. 순하게 웃는 인상이나 입원으로 기력이 떨어져 웃는 얼굴에 약간 힘이 없음. 그래도 잘 웃는다. 습관처럼 웃는다.

키리마루는 그 웃는 낯을 보고, 

보기만 한다. 말해주진 않는다, 너 웃는거 되게 힘빠진다고. 대신 옆에 있는다.

 

 

란타로는 예전에는 시끄러울 정도로 밝에 웃었다고 한다. 사고를 많이 쳤다고 한다. 주로 자신이 다치는 사고를, 어디 가서 구르거나 넘어지거나.

얼굴에 주근깨가 아직도 옅게 남아있다. 햇빛이 비치는 날에는 항상 밖으로 쏘다녔다는 증거다.

 

입원하기 전에, 란타로는 육상선수였다. 학창시절에는 취미였다가, 고등학교 때 발탁되고 그걸로 대입추천까지 받았다.

그렇게 될 뻔했다. 란타로가 쓰러진건 개강 한달 전이었다.

 

란타로는 언제나 하얀 침대에 앉아서, 옅은 색 입원복을 입고, 봄바람도 견디기 힘들어 담요나 웃옷을 두른채 하얀 커튼 너머의 봄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갑한 겨울이 끝나고 봄이 되면 날이 제일 처음 풀린 날에, 할 수 있는 한 가장 가벼운 옷으로 꺼내입고 해가 져 도로 추워질 때까지 달리는 걸 정말 좋아했다고 했다. 

 

지금은 오래 걷는 것도 힘들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병실 밖의 봄을 바라보면서 란타로는 웃었다. 이 병실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는 듯이.

 

키리마루는 그게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란타로는 새하얀 침대에서 새하얀 이불을 덮고 새하얀 커튼이 달린 병실에 있다. 란타로가 쓰러진 그 날부터, 란타로의 겨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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